"근대사 속 괴물들의 실체"
근대 괴물 사기극 (저자 친필 사인 수록)
이산화 지음, 최재훈 일러스트 / 갈매나무
모든 괴담은 재미있다. 그리고 괴담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언제나 그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물론 실체를 알고 나면 왠지 조금 시시해지지만, 진실을 들을래? 말래? 묻는다면 난 언제나 듣는 쪽이다. 진실엔 어떨 땐 괴담 그 자체보다 더 경악스러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것까지도 포함한 맥락 전체가 괴담을 완성시킨다.
SF 작가 이산화가 무려 4년의 기간 동안 동서양의 고문헌을 탐독하며 괴물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물의 '실체' 이야기라고 하겠다. 책은 시대별로 화제 되었던 세계의 괴물들을 찾아내고,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믿었던 그것들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낸다. 그 실체엔 동시대인들의 두려움, 불안, 편견, 혐오, 욕망, 허영이 담겨있다. 하나하나 괴물들의 실체가 밝혀질 때마다 허무한 동시에 루머라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것인지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책은 분위기를 잘 살린 일러스트들을 통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영화 '파묘'의 콘셉트아티스트로 이름을 알린 최재훈의 작품들이다. 생생히 복원된 괴물들의 그림이, 당시의 사람들이 이들의 존재에 얼마나 흥분했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괴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여러모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괴물로 유명한 또 다른 작가 곽재식이 "괴물학의 걸작"이라는 말로 추천했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열광했던 대상의 정체를 스스로 낱낱이 파헤쳐서 책으로 엮어 내자니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굳이 괴물들을 해부하고 거짓이라는 낙인까지 찍음으로써 괴물 이야기의 재미를 망친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시시하고 허탈한 진실에조차 가장 달콤한 거짓을 한없이 능가하는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황당한 괴물 이야기를 얼마나 굳게 믿을 수 있는지, 한번 뿌리내린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역사를 수놓은 각종 소문과 거짓말 뒤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하나라도 더 많이 깨달을 때마다 우리는 분명 세상과 우리 자신을 한층 똑바로 이해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