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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유전자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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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최신작"
불멸의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조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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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하면 그 생물의 조상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읽어낼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를 이를 두고 생명체의 유전체를 '사자의 유전서genetic book of the dead'라고 부른다. 우리 몸을 단지 개개의 생명이 아닌 유전적 기록물로 보면, 일순간 시야가 광대하게 확장된다. 자, 그럼 이제 수천 년을 담은 눈으로 동물들을 둘러보자. 강아지, 고양이, 물살이들, 거북이, 고래, 도마뱀, 부엉이... 이들의 몸이 지닌 과거의 기록들을 상상해 본다. 흥미롭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이 과거를 품고 있다. 과거와 단단히 연결된 채 미래로 나아간다. 이 생생한 흥미로움의 감각을 가지고 책을 펴면 생명 진화에 관한 신비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도킨스는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생물체의 외적 특징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를 들려준다. 유전자의 적응과 예측이라는 관점에 따라 세상을 보면 인간들 사이, 동물들 사이,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위계보다는 그저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역시나 도킨스는 빼어난 저술가이고, 이 책은 왠지 유전자라는 주제에 지레 겁먹었던 독자들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 도킨스의 세계에 접근해 보고자 하는 독자에겐 <이기적 유전자>에 앞서 이 책으로 흥미를 예열시키길 권한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개인의 DNA에 든 정보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하고 잠재적으로 불멸이다. 화강암에 새긴다는 말은 이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DNA 정보는 복제됨으로써 불멸성을 획득한다. 복제되고 또 복제된다. 무한정, 잠재적으로 영원히 복제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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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노화 리부트, 정희원 교수 신작"
저속노화 마인드셋
정희원 지음 / 웨일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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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저속노화'라는 화두를 던진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의 신작이다. 전작들에서 전한 저속노화 원칙과 실천법을 차근히 살펴보고, 다양한 독자들의 반응과 일화를 통해 사회 전반에 퍼진 저속노화에 대한 오해와 명백한 오남용 사례를 바로 잡는다. '늙지 않겠다' 라는 조급함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에도 주목한다. 건강 강박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아, 되려 가속노화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

저자는 단순한 건강 정보를 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불안전한 개인이 마음을 돌보는 방식과 각자의 삶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함께 그려 준다. 글쓰기, 악기 연주, 달리기 등 저자의 삶에 녹아든 저속노화 루틴을 공개하며, 그것들을 어떻게 체화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저속노화의 길잡이로서, 지치지 않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독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책이다. - 건강 취미 MD 권윤경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는 가속노화적으로 일하다 지치면 가속노화적으로 휴식하는 셈이다. 일의 문제는 이제 쉼의 문제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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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 10주년 앤솔러지"
토막 난 우주를 안고서
김초엽 외 지음 /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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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학상이 10주년을 기념해 수상 작가 다섯 명과 함께 앤솔러지를 출간한다. 2017년 수상자 김초엽, 2019년 수상자 천선란, 2022년 수상자 김혜윤, 2023년 수상자 청예와 조서월이 작품을 실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에 김초엽은 죽은 룸메이트가 보내온 초대장이 보드게임 토큰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천선란은 멸망한 세계에서 좀비와 인간과 거북이가 바다를 향하는 이야기를, 김혜윤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 '오름'과 클라이밍으로 나누는 대화를, 청예는 데카르트의 6성찰에서 시작된 복제품과 진정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조서월은 웹에 소설을 게시하기 위해 캡차CAPTCHA 테스트를 통과해 '내가 로봇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사막에 남겨진 노인과 그와 함께인 로봇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SF라는 게임의 규칙을 변용해 작가들은 이세계, 좀비, 외계, 사고실험, 로봇 등의 다채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이야기를 타고 반투막과 해변과 사막을 지나쳐 우리는 결국 이 이야기들이 같은 것을 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죽음 너머, 그리고 사랑.

오랜만에 단편으로 만나는 김초엽의 소설이 반가웠다. '확률이 너무 작은 수치여서 0이나 다름없다'(48쪽)는 화학의 언어에서 김초엽의 소설은 관측되지 못한 존재를, 0과 다름없지만 0은 아닌 존재들을 본다. '이 현실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어딘가 내게 맞는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고 믿는'(66쪽)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 <비구름을 따라서>를 마치며 그는 작가노트에 '너머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스스로에 대해, '그 미약한 힘을 자꾸 믿고 싶어하는' 마음에 대해 기록해 놓았다. 한국과학문학상이 소개한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10년을 함께 보낸 독자들도 미약한 힘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리라 생각한다. 세계의 법칙으로는 지기만 하는 사람들, 세상의 장력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 과학소설을 읽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상상하며 독자인 나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벅차올랐다. 이 장르적인 벅참을 함께 나누며 다음 10년을 기대하고 싶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리고 언니가 저를 꺼림칙해하지 않았던 이유도 알 수 있었죠. 언니의 마음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거예요. 이 현실이 아니라 어떤 다른 차원에. 그래서 이곳의 사소한 문제, 사람들의 사소한 흠결 같은 건 언니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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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가 알려주는 슬기로운 이메일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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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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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의 등장은 새로웠다. 자신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가지고 '일간 이슬아'라는 간단한 구독 플랫폼을 통해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났다. 지금은 너무도 흔한 구독 시스템이지만, 당시엔 무척이나 신선한 시도였다. 이슬아는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며 현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산뜻한 작가가 된다. 여기서 그쳤다면 그녀의 커리어는 조금은 뻔한 플롯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책을 직접 출간하는 출판사를 차리며 대표로서의 아이덴티티 또한 그는 차례로 획득해 나간다. 창작자이자 프리랜서, 또 대표로서의 이슬아가 오랜 시간 동안 몸소 부딪히며, 깨닫고, 드디어 정립한 글쓰기, 그중 가장 실용적인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 이메일 쓰기에 대해 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나는, 최근 일주일 동안 총 487통의 이메일을 받았고, 이중 161통의 이메일에 답장, 전달을 했거나 새 메일을 작성했다. 과연 나는 '제대로' 이메일을 작성했을까? 실용서와 에세이 그 중간 어디쯤 있는 이 책은 독자의 이메일 생활을, 업무하는 태도를, 종국에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과연 너는 '제대로' 일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 책을 읽으며 자주 웃었고, 종종 뜨끔했으며, 자꾸 새로운 다짐을 했다. 이슬아만이 쓸 수 있는, 단단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이 책은 이제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대화가 익숙한 현대인들 모두의 필독서가 될만한 값진 책임에 틀림없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일하다가 의견이 충돌할 때면 상대의 작업에서 좋아하는 부분과 고마운 점을 부단히 떠올린다. 짜증나는 상대에게 비수를 꽂고 싶을 때조차도, 역시 그를 좋아하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않아야만 멋진 지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럼 꽃수레 권법이 절로 나온다. 요즘엔 개선을 요구할 때 쓰는 메일을 가장 공들여 작성한다. 정확한 피드백을 담되, 핵심 본론의 앞뒤로 감사와 격려와 존중의 문장으로 감싸는 것이다. 수정 요청 이메일 또한 얼마든지 향기로운 꽃수레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