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문학의 거장, 이창래 신작"
"어떤 경험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틸러에게는 그런 종류의 경험이 있다. 그는 가족과 대학, 고향 동네와 국가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했다. 소속감을 가져본 적은 없었고 언제나 겉도는 느낌이었다.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하다 고객으로 만난 낯선 사람의 파격적인 제안은 그런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혹으로 다가왔다. 이미 미국에서 무수히 많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거대한 부를 움켜쥔 것처럼 보이는 퐁은 비즈니스 무대를 세계로 넓힐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했다. 퐁은 틸러에게서 어떤 절박함과 허기를 목격했다며 자신의 조수로서 해외 투자 여행에 동행하기를 청한다.
"나는 나 자신을 그냥 넘겨주고 싶었다.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삶으로부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삶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여기가 아닌 머나먼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던 틸러는 곧바로 퐁의 비행기에 동승한다. 하와이에서 마카오를 거쳐 선전과 홍콩으로 이어진 여정은 틸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타국에서 보낸 일 년의 시간 끝에, 틸러는 깨닫는다. 너무 멀리 와버린 탓에 자신 안의 근본적인 어떤 것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김연수 작가가 “넷플릭스 시리즈를 넘어서는 소설. 파도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문장이 독자를 더 먼 곳까지 가게 한다.”라고 추천하며 함께 읽은 소설.
- 소설 MD 권벼리 (2023.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