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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안전한 장르이다. 허구라는 점에서 그렇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이가 이미 배포한 상상(문학으로 인정받아 이 땅에 존재하는 온갖 문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조합해 새로운 패턴의 직물을 보여주던 작가 정지돈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 소설에서 어떤 사람들의 재수없음이, 어떤 장소의 부조리함이 연상된다고 해도 이것은 소설이다. <돈 룩 업>의 대통령 메릴 스트립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인물이 있다 해도, 해당 영화가 픽션이듯.
소설은 SE와 NE 두 가지를 축으로 전개된다. 팬데믹과 코인 광풍 등이 휩쓸고 지나간 근미래.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메타플렉스'의 중심 공간, '메타북스' 점원들은 지리멸렬함과 싸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들은 '존재론적 행방불명자'가 되어 (이들의 전투는 고골의 '죽은 혼'이 연상되기도 한다...) 음모론의 한가운데로 '내가 싸우듯이' 들이닥친다.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정키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눈물을 흘렸다."(41쪽)라는 문장이다. 대학 선정 100대 고전이면 '구림', 아무도 모르는 층위의 책이면 '멋짐'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층위의 감정들, 이 감정들은 소설속에서 비로소 안전하다. 왜 읽고 쓰는가? 소설가 정지돈은 이렇게 쓴다. "단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소설을 썼다. 앞으로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