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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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안정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등장

너무 잦은 사고로 침통한 세밑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사의 복잡성에 부딪칠 때면 우리의 인생에도 소설 속 명탐정이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마음으로 미스터리 소설을 펼쳐봅니다. 범죄와 희생자가 탐정이 있는 공식 속 세계에서 반드시 결말이, 꽉 닫힌 결말이 찾아오길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의 3요소는 누가 했는가, 어떻게 했는가, 왜 했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5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인 최들판의 소설도 공식을 충실히 따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항구도시 응급실에 시체가 실려왔습니다. 사망한 인물은 한칠규. 응급실 당직의 채제영은 죽은 자를 두고 '진상 중에 그런 진상은 본 적이 없었다. 결국 그리 살다가 이렇게 간 것이었다. 그 개자식은....'(11쪽) 하고 혼잣말을 합니다. 이제 희생자의 몸이 구급차에 오르고, 독자는 공식에 맞춰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 피가 섞인 아이들부터 학교 교직원들까지 평생 도시에서 진상을 부리고 버텨온 이 사람을 죽일 만한 인간이 이 도시에 너무 많습니다. + 더 보기

176쪽 : 아무래도 좋다. 이 동네에서 한칠규의 패악질이야 유명했으니까. 시비를 걸어 푼돈 뜯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시피 하고 있떤 그는 때리기도 많이 때렸고 잘못 걸리면 상대한테 실컷 얻어맞기도 했다. 때리든 맞든 상관 않는 부류였다. 놈은 시꺼멓게 멍이 들거나 잘못하여 어디가 크게 찢어져도 독한 중국술 한 병이면 금방 아문다고 생각하는 구식 깡패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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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히스테리아>로 2020년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외국 독자도 자주 만나시는 것으로 아는데요, 한국 시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시인으로서 느끼는 온도가 궁금합니다.

A : 수상 이후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시축제에 초청 받는 일이 많아지긴 했습니다. 외국 독자들 만나 얘기 나누다 보면 ‘한국 시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크고 다양하며 뜨겁다니!’하며 새삼 놀랍니다. 한국말 소리가 음악처럼 아름답다고도 해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한국 시는 더디지만 멀리 뻗어온 것 같아요. 이제는 저보다 젊은 세대의 한국 시인들 시도 더 많이 번역되어 소개된다면 외국 독자들의 높아진 독서 열기에 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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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종이책 출간 전부터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2022년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연산호의 소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가 1차분 출간과 함께 종이책으로 서점을 두드렸습니다.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는데, 웹소설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종이책 출간을 기다려온 작품입니다.

수심 3천미터에 설립된 해저기지에 입사한 치과의사 '박무현'은 입사 닷새 만에 기지에 물이 새는 위기 상항에 봉착합니다. 평범한 개인이 영웅이 될 수 있을지, 될 수 있다면 무엇으로 해낼 수 있을지를 두고 이 소설은 인간의 '선의'를 앞세웁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약자에게 공감하면서 저항정신을 가지고 십시다. 그런 노력들이 조금씩 쌓이면 적어도 비겁하게 살다 죽진 않을 겁니다.' (연산호 작가 서문 중) 같은 작가의 말이 지친 연말 위로가 됩니다. 내가,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고, 아직 세상엔 기꺼이 행할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주는 소설이 있어 위로를 받는 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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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핌

낯설고도 친근한

세상을 향한 질문과 그에 대한 나름 나름의 답을 글로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작가가 될 것입니다. 문학 안에서 이들의 층위가 다양하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편견에서 벗어난, 조금 더 유연한, 조금 더 작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일 테지요.
핌은 옥지구 시인의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를 시작으로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시인선의 첫 시인인 옥지구 시인은 세 살 때 낙상사고를 당하고 청력을 잃습니다. 여섯 살 때 인공와우를 착용하지만 온전한 농인도 온전한 청인도 아닌, 즉 농인 사회에도 청인 사회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20대입니다.
존재하지만 아직은 목소리를 드러낸 적이 없는 옥지구 시인의 시는 그 형식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과 말하기 방식에서 모두 독특하고 낯선 매력을 드러냅니다.

(인공와우 수술 후)너는 말을 할 줄 알고 착해졌지 타인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쁘지 혹시 대학교에 진학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니지? 직업반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설마 문예창작? 국어국문학과? 얘, 현실적으로 생각해 너 같은 애가 그곳에 가면 과연 사람들이 너를 환영해 줘? 국어 시험지를 안 봤어? 그게 딱 네 수준이야.
-「ㅍㄱㅅㄹㅇ ㅇㄹㅈ」 중에서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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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미리 발견하는 기쁨

따라 읽는 작가가 생기는 것, 내가 먼저 알아본 작가가 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한국소설 '하는 사람의 즐거움입니다. 작품활동을 새롭게 시작한 작가들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집을 소개합니다. 첫 작품집 <왜가리 클럽>에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의 배예람,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등의 소설을 먼저 실었던 '내러티브온' 시리즈가 김영은, 박소민, 이지혜, 조찬희, 주이현를 소개합니다. 모두 2022~2024년 데뷔한 작가들입니다.

등단 여부, 장르와 형식에 관계없이 김병운 소설가, 안윤 소설가, 심완선 SF 평론가, 소영현 문학평론가가 심사해 수상자를 결정한 <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새로운 이름들이 다수 선보입니다. 앤솔러지 셋셋 2024에 단편소설 <재채기>를 실은 적이 있는 성수진 작가가 대상을 받았고 이돌별, 고하나, 이서현, 장진영 작가가 함께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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