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아픈 것 때문에 아프지 않길 바란다"
‘건강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아프지 말자’는 말 역시 지극히 익숙하다. 누구도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없지만, “건강은 추구해야 할 선으로, 질병은 퇴치해야 할 악으로” 규정된다. 아픈 몸은 보살핌을 받거나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그 자체로 온전한 삶으로 이해되지는 못한다. 이렇듯 모든 게 건강을 기준으로 설명되고 평가 받으니, 아픈 몸을 설명할 언어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자신의 아픔에서 시작해 질병이 전하고 남긴 상처의 이유를 찾아가는 기록이다. 아픈 몸을 배제하는 사회에서 느낀 무력감, 질병은 사회와 분리될 수 없음에도 사회의 책임은 지우고 개인의 책임만 강요하는 폭력, 질병 자체를 비극으로 만들어 닫힌 서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몰이해.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자신 안에 여전히 자리한 같은 시선을 응시하며, "질병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고, 아픈 몸으로도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과정"을 개인과 사회 속에서 함께 성찰하니, '잘 아플 권리'라는 어색한 언어와 생각이 어느새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이야기로 여겨진다. 몸과 병,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9.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