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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의 천재들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에서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미루기의 역사
미루기를 주제로 책을 쓴 사람은 과연 미루기를 잘하는 사람일까? 찰스 다윈,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미루기 대가들의 면면을 보면 미루기를 잘한다는 의미부터 되짚어봐야겠지만, 어쨌거나 이 책의 저자는 스스로를 “나는 가장 긴급한 일을 가장 끝까지 미룰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평하니, 결국 이 책은 가장 긴급한 일은 아니었을 테고, 그렇다면 가장 긴급한 일을 미루면서까지 이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지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 이유를 찾았다. 우선 미루기를 즐겨하는 이들에게 숱한 핑계와 변명의 예시를 전해준다. 초고를 쓰기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이 제 연필을 쓰고 있었거든요."라고 답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우리(?)는 한숨이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쉰다. 더불어 미루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만드는 이들을 보며 나만 미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동지애를, 누가 봐도 미루고 있는데 자신은 여전히 준비하고 고민하는 거라며 합리화하는 데에서 인간 이성의 순수를, 더 잘 미루기 위해 미루기를 탐구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아니다. 이쯤에서 이 생각은 미뤄두기로 하자.
어쨌거나 미루기가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미루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고와 행동의 틈새는 "지금 해야 하는 일보다 더 나은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과 진실을 전한다. 고로 세상 모든 미루기의 동지들이여, 아직은 때가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무언가를 미루려고 한다면, 그 자리에 이 책을 끼워보는 건 어떻겠는가. 더 나은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