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르 클레지오의 처녀작. 1963년 르노도상 수상작으로 클레지오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이 소설은 카뮈의 <이방인>을 연상시키며, 어떤 면에서 그보다 극단으로 나아갔다.
'조서'란 어떤 사건에 대해 조사한 사실을 기록한 글이지만, 이 책 속에서 독자는 어떤 사건이 언제,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어떤 확실한 진술도 들을 수 없다. '아담 폴로'라는 주인공은 작가의 말대로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는지 군대에서 탈영했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해변가의 빈 집에 홀로 숨어사는 아담 폴로의 진술은 분명히 <이방인>의 뫼르소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세상과 독대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지만 그 감각들로부터 하나의 객관적인 세상을 세워내지 못한다. 그는 자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르 클레지오는 아담 폴로의 노트를 그대로 베낀 것처럼 글을 쓰다가 북북 그어버리기도 하고, 일부분은 숨겨버리기도 한다. 신문 기사를 그대로 인쇄해두기도 했다. 무심한 카메라처럼 렌즈 너머로 주인공을 관찰하는 듯 하다가 어느샌가 돌연히 그 거리를 지워버리고 바짝 다가서기를 반복하는 클레지오의 글쓰기 방법, 이른바 '펜카메라 pen-camera' 기법을 여실히 볼 수 있다. -
김명남(200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