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내가 살 수 있는 집, 앞으로 높일 수 있는 연봉, 가족 중 누군가 아플 때 내 앞에 놓일 선택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눈앞에 한 꺼풀 돈의 장막이 씐다. 그러면 급격히 마음이 졸아든다. 과거의 선택들을 짚어보며 놓친 기회비용을 쪼잔스럽게 따져본다. 별안간 세계를 보는 관점이 조금 바뀐다. 정신이 버석 해지면서 그간 기쁨이었던 것들이 모두 단지 지출로 느껴진다.
마르고 쪼그라든 마음에 이 책은 작은 구멍을 뽁뽁 내어 조로록 물을 붓는다. 돈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려 할 때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돈 밖의 세계에 대해 책은 이야기한다. 교환이 아닌 증여가 어떻게 우리 삶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깨닫게 한다. 대가 없는 증여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은 조금씩 맑아지고 시야는 다시 트인다. 기쁨이었던 것이 다시 기쁨의 자리를 찾는다.
책은 비트겐슈타인과 토머스 쿤의 개념을 활용해 증여의 원리와 원칙을 밝혀낸다. 우리 삶 속에 증여가 늘 숨어 있음을 깨달은 사람만이 증여를 할 수 있다. 깨달음이 많을수록 모두가 더 풍족해질 수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이후 이 책은 '증여 열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유의미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 인문 MD 김경영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