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소소한 기록들로 만나는 한강이라는 세계"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강의 신작 산문집이 문지 에크리 시리즈의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포함하여 미발표된 시와 산문들, 집과 정원을 돌보며 기록한 일기와 직접 찍은 사진 등의 소소한 기록들이 담겨있다.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강 작품의 문학적 실마리가 되는 문장들과 짧지만 아름다운 시들을 통해 한강의 세계를 제법 가까이 마주할 있게 하는 다정한 책이다.
정원 일을 하며 짧게 써 내려간 밀도 높은 문장들, 장소에 얽힌 기억들, 그리고 사물에 대한 단상들은 작가의 문학적 사유가 어떻게 일상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담백한 일상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는 고요한 슬픔과 끈질긴 사유, 사물과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어 독자는 작가의 사적인 공간과 정서를 따라 한강 문학의 뿌리를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한강이라는 이름 너머의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의 내밀한 시간과 숨결을 차분하게 만나게 해주는 더없이 아름다운 책이다.
- 에세이 MD 도란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