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비로소 나 자신이 된 '우리 엄마' 이야기"
20대의 엄마를 만날 기회가 나에게 생긴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를 찾아가 말해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굳이 존재하지 않아도 되니 결혼해서 고생하지 말고 엄마의 삶을 살라고. 아마도 이 땅의 많은 딸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오랜 세월, 우리의 엄마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왔던 걸 아니까. 그 좋아했던 것들도 다 잊어버리고 말이다.
누구 하나가 사라지는 이런 비극적인 타임머신이 아니더라도, 5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홀로 베트남으로 직업을 따라, 나를 찾아 떠난 엄마가 있다. 콘텐츠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 누적 조회수 17만 회, 알라딘 북펀드 747%를 달성한 <엄마만의 방>은 김그래 작가가 해외로 일하러 떠나게 된 엄마의 삶을 딸의 입장으로 쓰고 그린 에세이로 그림체는 언제나처럼 귀엽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각자의 엄마의 삶을 시큰거리게 생각해 보게 하는 참 묵직한 책이다.
베트남에서 엄마는 자기만의 방이 생겼고, 혼자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명절엔 전을 부치지 않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자기의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찾게 된 진짜 내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담아내 인생은 생각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독자들을 자꾸만 부추기는 책이다. 우리 엄마에게도 수줍게 내밀고 싶은 책, 이토록 다정하고 단단한 책.
- 에세이 MD 도란 (202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