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장편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부터 <설이>까지, 매 장편마다 다음 작품의 방향을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선물해온 소설가 심윤경의 신작 장편소설. 이 소설은 작가의 앨범 속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의 작가와 할머니가 함께 찍힌 사진 속 유럽식 건물. 악명 높은 친일파 윤덕영이 지었던 '벽수산장'의 첨탑은 작가의 기억 속 '언커크'(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를 불러냈다. 철거 후 유별날 정도로 철저하게 잊히고 만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은 그 유별난 잊혀짐에 대해 8년간 궁리한 결과다." (작가의 말) 작가의 상상력이 '벽수산장'을 이야기로 재건축한다.
악명 높은 친일파 윤덕영의 막내딸 윤원섭이(그는 사기혐의로 복역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소해 자신의 집이었던 벽수산장을, 현재의 '언커크'를 찾았다. 언커크 호주 대표인 애커넌의 통역으로 일하고 있는 이해동은 윤원섭과 벽수산장의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애커넌을 위해 그들 사이에서 통역으로 일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무명의 독립운동가로 고초를 겪다 돌아가신 이해동의 아버지와 자신의 위세를 벽수산장의 위용으로 과시한 윤원섭의 친일파 아버지 윤덕영. "우리는 현실적으로 아무 쓸모 없는 것들에 언제나 매혹되네." (106쪽)라는 애커넌의 말처럼, 아무 쓸모 없음을 알면서도 역사와 윤리와 정당함에 매혹되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야기를 읽는다. 심윤경이라는 이름에 값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번에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 소설 MD 김효선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