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모든 어른보다 더 멀리 가는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와 손잡고 나아갈 때 우리는 더 용감해진다
오랜 시간 빛나는 지성과 따스한 진심으로 어린이와 문학을 이야기해 온 김지은 평론가가 첫 번째 에세이 『어린이는 멀리 간다』를 펴낸다. 이 책은 김지은 평론가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지면을 통해 발표한 산문을 엄선해 묶었다. 저자는 어린이와 어린이책에 관한 이슈가 발생할 때 신문, 잡지, 단행본 출판사에서 일순위로 청탁하는 필자인 동시에 ‘엑스’(구 트위터)에서 2만 2천여 팔로워가 따르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다. 항상 발 빠르게, 꼭 해야 할 말을 소리 높여 전해 온 우리 시대의 문장가인 저자가 오랫동안 창작, 비평, 연구 현장에서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고스란히 담았다. 어린이는 어떤 존재인지, 어린이를 위한 세상은 어때야 하는지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마음에 가닿는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첫걸음을 내디뎌 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린이를 존중하고
그들의 마음속 행복을 지키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길잡이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은 행복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성 착취 범죄자들이 ‘유아방’을 개설하여 수익을 올리고, 미디어 속 어린이는 어른에게 즐거움을 주는 모습으로 전시될 때만 ‘좋아요’를 받는다. 나이에 맞추어 성취해야 할 것들이 촘촘히 정해져 있고 아이들은 어른이 내킬 때만 마음껏 놀 수 있다. 이 나라는 OECD 가입 22개국 중 아이들이 가장 불행한 나라다. 골목에서,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자기편을 찾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쉽게 서로 마주치지 못한다. 저자는 “어린이들은 자신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고발하고 구조에 나서고 행동하는 옆집의 어른들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만든 세계에서 살아가기에 모든 어른이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하다.
어린이는 안전하고 무탈하게 살 수 있도록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저자는 어린이가 처한 상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도 그 속에 놓인 어린이의 본질을 단순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놀이를 사랑하는 “수수께끼의 천재들”이며 약자의 입장에 생생하게 이입할 수 있는 존재로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어린이를 “어른이 잃어버린 낙원이나 순정한 천사들의 고향쯤으로 칭송”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방법에 관해 저자는 쉬운 답을 내기보다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어린이가 세계와 투쟁하며 성장하고 독립하는 존재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고분고분하지 않고 때로는 거칠기도 하다. 어른이라면 어른답게, 어린이에게 걷어차일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책임을 피하지 않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우아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른의 눈높이로 보던 세상이 조금 더 낮아져 있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린이책은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아동청소년문학으로 향하는 길을 비춰 주는 안내서
어린이는 어른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갈 것이다. 어른과 다른 시간을 가장 오래 견뎌 낼 어린이를 위해 저자는 아이들이 더 많은 곳에,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저자의 해답은 언제나 책에 있다. 어린 존재들을 위한 문학은 꿈과 희망을, 정의가 승리하는 세계를 그리면서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지지해 준다. 저자는 그림책, 동화, 동시, 청소년소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넓디넓은 아동청소년문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동화 속 인물들은 새로 고침의 폭이 넓다. 작은 사람이 크게 자란다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진 일이며 성장 중인 인물이 생성하는 서사는 역동성이 남다르다. 아동문학을 읽는 시간은 어른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재정립하는 경험을 안겨 준다. 아동문학의 비판 정신은 약자와 연대하기 때문에 동화를 읽으면 내 편을 얻은 것처럼 듬직하다. (본문 96면)
한편, 어린이책은 세상이 어둡게만 보일 때도 그 안에 감춰진 희망을 보여 준다. 물론 시종일관 밝고 경쾌한 것만은 아니다. 아동청소년문학은 처연한 슬픔과 세계의 음험한 뒷면까지 파고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처음으로 세상의 모순을 마주할 때의 그 힘겨운 시간을 홀로 감당하게 하지 않는다. 책은 아이들과 보폭을 맞춰 걸어 주는 동료이고, 기쁨과 슬픔 모두를 나눌 수 있는 친구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두껍게 슬퍼”하기도 하고 “낯선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면서 배운 만큼 아이들은 세상을 더 단단하게 살아 낼 수 있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어린이를 닮은 책들은 모든 세대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넬 것이다. 『어린이는 멀리 간다』는 어린이의 곁에서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들어가며
1부 안 보여요?
걱정해야 할 것은 나이가 아니다
겨우 살아남은 젊은 사람들
어린이의 밥그릇은 어른이 챙겨야 한다
아이를 지키는 사람들
두 사람의 죽음
처음으로 웃은 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감정
성장은 끝나지 않는다
꿈나무가 아니라 지금 나무
내 아이와 남의 아이
두툼한 슬픔
안 보여요?
5,300년 만의 조문객
푸르름을 잃은 아이들
2부 읽는 미래가 있는 미래다
이름 없는 이름들의 힘
사라져 가는 ‘작은 거점들’
누구는 규칙을 어겨도 되는 세계
옆집의 어린이
어른을 위한 동화와 어른들의 동화 읽기
마중 나오는 어른들
같은 마음으로 달려온 사람들
나를 볼 수 없는 거울
늦은 예술이 되지 않기 위해서
코로 책을 읽는 아이
읽는 미래가 있는 미래다
상상력은 선택할 수 없다
혀 위에서 만나요
수수께끼의 능력자들
3부 눈을 감고 쓰는 용기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큰 바위 얼굴
혼자가 되지 않도록
눈을 감고 쓰는 용기
관상용 어린이가 자꾸 움직이면
어린이의 집필실
토끼풀꽃 시계는 언제나 다섯 시 십 분
동심은 파괴와 친구가 아니다
돌봄의 자전거 바퀴
기억, 무대에 서다
고요라는 위대한 유산
낙관주의의 천재들
어느 용감한 작은 손에게
어린이는 아직 자라는 중이지만 그것은 어린이의 특성이지 존재의 부족함이 아니다. 어린이는 잘 자라나서 어른을 기쁘게 해야 하는 예비 인력이 아니다. 완성형이 되어야만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활동은 오늘 지금 이곳의 활동이다. 많든 적든 시민의 활동에 나이가 제약이 될 수는 없다. (본문 11면)
어린이는 이야기 안에서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도 최선을 다해서 믿는다. 그들의 눈에 세상은 광활하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진실이 많으므로 섣불리 “말도 안 돼!”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주인공을 따라서라면 우주 끝 어딘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본문 28면)
한겨울에도 아이들이 자란다. 겨울의 아이들이 자란다. 어떻게 그 뿌리를 살리고 줄기를 키워 나가야 할까. 눈밭 아래에서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서 버둥거리고 있겠지만 지표면은 고요하기만 하다. 자라는 대부분의 생명에게 겨울은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계절이다. 어린이는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일수록 친구의 손은 더 따뜻하다는 걸 배운다. (본문 42면)
두껍게 슬퍼해야 한다. 두툼하게 말해야 한다. 어린이처럼 무겁게 애도해야 한다. 인색함이 우리의 마음을 점령해 버리지 않도록 공동체의 기억으로 남겨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감각이다. (본문 59면)
어린 시절은 요란해야 맞다. 싸움이 끊이지 않으며 우당탕탕 시끄럽고 걸핏하면 한바탕 뒤집어지는 것이 그 시절의 특성이다. 마찬가지로 좋은 아동문학은 안온하지만은 않다. 좋은 아동문학은 어린이에게 싸움의 필요성을 알려 준다. 세계는 걷어차고 반격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아이처럼’ 지난 시간으로 되돌아가 나를 돌아보는 것은 자유이지만, 어른이라면 ‘어른답게’ 어린이에게 걷어차일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삶으로부터도 대차게 걷어차일 대비를 해야 한다. 책임을 피하지 않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다. (본문 98면)
책을 읽다 보면 이 작고 가벼운 물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도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지 경이로울 때가 있다. 책은 고정된 사물이어서 분초 단위로 업데이트되는 이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책은 흐르는 강물 위를 떠다니는 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도로 헤엄쳐 책의 섬으로 다가오고, 이 섬에 모여 작가라는 사공이 젓는 배에 오른다. 그 뒤로 얼마나 유장한 풍경이 펼쳐지는지는 실제 책을 읽은, 독자가 되어 본 사람만이 안다. (본문 131면)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를 지키기 위해 어른도 아닌 거인 노릇을 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손을 잡아 줄 다른 손을 기다린다. 작은 두 손이 커다란 손을 기다린다. (본문 153면)
우리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면 그들은 무엇을 할까. 놀고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쓸 것이다. 글은 매일을 더 잘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어린이에게 공원을, 종이와 연필을, 작업실을 주고 그곳에서 모든 어린이가 작가가 되어 보았으면 좋겠다. 진짜 자신의 삶을 쓰는 작가가. (본문 167면)
어린이의 ‘입장 바꾸기’ 재능은 마음의 영역에서 더욱 뛰어나게 발휘되곤 한다. 동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저 고양이도 나만큼 아플 거라는 마음, 내 친구도 나만큼 슬플 거라는 안타까움 속에서 발견될 것이다. 다른 존재의 서러움이나 아픔 앞에서 “괜찮아?”라고 묻는, 그 순간의 진심을 겨룬다면 우리는 어린이를 이기지 못한다. 어린이들은 여러 놀이를 하면서 이기기도 지기도 하지만 공감의 놀이만큼은 언제나 아픈 상대에게 져 주려고 애쓴다. (본문 175~17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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