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부커상 &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
정보라 작가 기획∙번역 작품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폴란드어판본∘원전번역∘국내초역☆
렘은 SF의 철학자다. 그의 상상력은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계 설정에 심원한 우려와 통찰을 보임으로써 작품을 여타의 SF보다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렘의 세계에 들어가면 그는 우리를 갈수록 깊어지고 아득한 곳으로 이끈다. _류츠신
렘은 이미지를 놀랍도록 풍성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 창조에 있어 정말로 타고났다. 격하게 웃기고, 또 냉소적이고 황당하고 예리하다. _시어도어 스터전
환상의 문학은 문학의 환상으로 변모했다. _스타니스와프 베레시
과학, 철학, 문학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가진 번뜩이는 지성. 신랄한 렘은 자유의지에서 확률론까지 철학과 물리학의 모든 개념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우주 시대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다. _《뉴욕 타임스》
스타니스와프 렘은, 의심의 여지없이, 다른 은하계의 작가다. _《ABC》
하포 막스, 프란츠 카프카, 아이작 아시모프가 흰토끼의 굴로 굴러떨어졌다. _《디트로이트 뉴스》
철학적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 작가. _《더 타임스》
렘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탄복할 만한 이야기꾼일 뿐만 아니라, 기술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도전적인 철학자다. _《시카고 트리뷴》
진짜 미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렘보다 더 잘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_《파리 리뷰》
1960년대와 1970년대는 한 작가의 시대였다. 렘은 장르의 경계를 설정했다. 렘은 장르를 정의했다. 젊은 작가는 모두 렘을 반영했고 렘과 경쟁했다. 어떻게 한 명의 작가가 문학이란 분야 전체를 그토록 완전히 지배할 수 있었을까? 간단하다. 그는 그냥 천재였다. _《WWB(국경 없는 말들)》
심장 아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영양 풍부한 사실주의에 대한 굶주림에서, 있는 그대로 말해버리기에는 자신의 관점이라 해도 너무 뻔뻔하게 느껴지는 생각들에서, 헛되이 꿈꿨던 모든 일에서 바로 이 『절대 진공』이 탄생했다.
‘새로운 장르의 문학’을 정당화한다는 이론적 서문이라는 것은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술수이며 마술사가 우리의 시선을 돌려 자기가 정말로 무슨 일을 하는지 볼 수 없게 하려고 일부러 노출하는 움직임이다. 우리는 작가의 속임수가 드러날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짜 서평’이라는 꼼수가 이 작품들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 이 작품들이—헛되이—표현될 길을 요구해서 이런 꼼수를 핑계이자 구실로 활용한 것이다. 이 꼼수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은닉의 영역에 남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핵심은 땅에 두 발을 잘 붙인 사실주의의 이름으로 드러나는 공상, 경험주의의 배신, 과학 안의 이단이기 때문이다. 과연 렘은 자신의 음모를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걸까? 사실은 아주 단순하다. 진지한 태도로는 소곤거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말을 웃으면서 소리친 것이다. 서문의 내용과는 달리 비평가는 “강제노동하는 죄수가 손수레에 묶여 있듯이 논할 작품에 쇠사슬로 묶여”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비평가의 자유는 어떤 책을 칭송하거나 헐뜯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현미경으로 보듯이 책을 통해 저자를 들여다보는 데 있으며, 그렇게 하면 『절대 진공』은 존재하기를 원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것은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의 책이다. 그리고 변죽을 울리는 렘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편법은 반격일 것이다. 바로 비평가인 내가 아니라 저자인 그 자신이 이 서평을 써서 『절대 진공』의 한 부분으로 삼았다고 확언하는 형태로 말이다.
_st. 렘, 『절대 진공』, 15~16쪽
심장 아래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던, 영양 풍부한 사실주의에 대한 굶주림에서, 있는 그대로 말해버리기에는 자신의 관점이라 해도 너무 뻔뻔하게 느껴지는 생각들에서, 헛되이 꿈꿨던 모든 일에서 바로 이 『절대 진공』이 탄생했다.
‘새로운 장르의 문학’을 정당화한다는 이론적 서문이라는 것은 주의를 돌리기 위한 술수이며 마술사가 우리의 시선을 돌려 자기가 정말로 무슨 일을 하는지 볼 수 없게 하려고 일부러 노출하는 움직임이다. 우리는 작가의 속임수가 드러날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가짜 서평’이라는 꼼수가 이 작품들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 이 작품들이—헛되이—표현될 길을 요구해서 이런 꼼수를 핑계이자 구실로 활용한 것이다. 이 꼼수가 없었다면 모든 것이 은닉의 영역에 남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핵심은 땅에 두 발을 잘 붙인 사실주의의 이름으로 드러나는 공상, 경험주의의 배신, 과학 안의 이단이기 때문이다. 과연 렘은 자신의 음모를 들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걸까? 사실은 아주 단순하다. 진지한 태도로는 소곤거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말을 웃으면서 소리친 것이다. 서문의 내용과는 달리 비평가는 “강제노동하는 죄수가 손수레에 묶여 있듯이 논할 작품에 쇠사슬로 묶여”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비평가의 자유는 어떤 책을 칭송하거나 헐뜯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현미경으로 보듯이 책을 통해 저자를 들여다보는 데 있으며, 그렇게 하면 『절대 진공』은 존재하기를 원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것은 이루어지지 못한 꿈들의 책이다. 그리고 변죽을 울리는 렘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편법은 반격일 것이다. 바로 비평가인 내가 아니라 저자인 그 자신이 이 서평을 써서 『절대 진공』의 한 부분으로 삼았다고 확언하는 형태로 말이다.
_st. 렘, 『절대 진공』, 15~16쪽
제목과 달리 이 소설은 전혀 환상적이지 않다. 작중 배경은 세계대전 종전 후 194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아르헨티나다. 50세의 지크프리트 타우들리츠 친위대 중장은 패배하고 점령당한 제3제국에서 도주해서 남미로 향하면서 그 유명한 히틀러 친위대 훈련학교가 축적한 ‘보물’ 중 일부를 철제 띠를 두른 상자에 가득 담은 미국 달러지폐 형태로 가지고 갔다.
자신처럼 독일에서 도주한 사람들과 다양한 떠돌이와 모험가들을 주변에 모으고, 또한 무슨 일을 하는지 곧바로 정의하기 어려운 행실 수상쩍은 여자들 십수 명을 고용한(그중 몇 명은 타우들리츠가 직접 리우데자네이루의 홍등가에서 데려왔다) 이 전직 친위대 장군은 히틀러가 선택한 장교다운 효율성을 발휘해 아르헨티나 내륙 깊은 곳에서 원정대를 조직한다.
마지막 문명의 장소와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역에서 이 원정대는 최소한 1,200년 이상 된, 아마도 아스텍 군대가 세웠던 건물로 추정되는 잔해를 발견하고 그곳에 정착한다. 타우들리츠는 곧바로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정착지에 ‘파리지아’라고 이름 붙이고, 돈벌이의 유혹에 이끌린 사람들이 모여든다. 원주민인 인디오와 메스티소들이다. 전직 중장은 이들을 효율적인 노동집단으로 변모시키고 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에게 관리감독을 맡긴다. 이런 노력의 결과 몇 년이 지나자 타우들리츠가 꿈꾸었던 통치 구조가 생겨난다. 그는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무자비함과 위세 당당했던 군주제 시기 프랑스를 정글 한복판에 새롭게 창조하겠다는 잘못된 관념을 머릿속으로 연결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루이 16세의 환생이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_알프레트 첼러만, 『루이 16세 중장』, 77~79쪽
『아무것도 아닌, 혹은 원인에 따른 결과』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기차가 오지 않았다.” 그다음에 보이는 문장은 이것이다. “그는 도착하지 않았다.” 여기에 부정형이 보이지만, 정확히 무엇을 부정하는가? 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완전부정인데, 왜냐하면 문장이 절대적으로 어떤 것의 존재도 긍정하지 않으며 전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만 선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릇 독자란 완벽한 논리학자에 비해 허점이 많은 존재다. 작품이 어떻게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그 상상의 장면 안에서 어떤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일,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이 생겨나고, 독자가 작가의 성별(여성)을 알기 때문에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는 장면은 즉시 관능적인 관계에 대한 희미한 기대감으로 채워진다. 그게 어떻다는 것인가? 그게 모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추측의 책임이 첫 단어부터 전부 독자에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런 기대를 단 한 글자도 뒷받침해주지 않으며,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부정의 기법 속에 정직하게 남아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이 군데군데 완전히 음란물 같다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소설 속에는 어떤 형태로든 성관계를 긍정하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소설의 줄거리에 따르면 집에 카마수트라도 없고 누구의 것이 됐든 성기도 없는데 그런 긍정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덧붙이자면 이 성기는 아주 구체적으로 부정된다!).
_솔랑주 마리오, 『아무것도 아닌, 혹은 원인에 따른 결과』, 113~114쪽
금본위제 16조 달러 기금에 연 4% 이자로 ‘인류 구원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 이 기금에서 발명가, 학자, 기술자, 화가, 작가, 시인, 극작가, 철학자와 디자이너 등 모든 창작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며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디자인하지 않고 그림 그리지 않고 특허를 신청하지도 않고 제안하지도 않는 사람은 평생 매년 최대 3만 6,000달러의 연금을 받는다.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은 그에 비례하여 더 적게 받는다.
『페리칼립스』에는 모든 종류의 창작을 위한 전체 차감액 표가 들어 있다. 1년간 발명을 한 가지 하거나 책 2권을 출간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연 3권을 출간하면 창작자 자신이 기금을 더 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진정한 이타주의자, 영혼의 금욕자, 주변사람을 사랑하지만 자신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만이 뭐가 됐든 창작할 것이다. 반면 상업용 쓰레기 생산은 중단될 터인데, 이에 대해 요아힘 페르젠겔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왜냐하면 자기 돈으로—손해 보며!—『페리칼립스』를 출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익성이 전혀 없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창작이 완전히 멈춘다는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기주의는 돈 욕심이 명예욕과 합쳐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명예욕을 막기 위해서 구원 프로그램은 창작의 완전한 익명성을 도입한다. 재능 없는 사람들의 연금수령 신청을 무력화하기 위해 재단은 적절한 기관을 통해 후보들의 자격을 검증할 것이다. 후보가 발상의 정량적 가치를 보고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의 기획이 상업적 가치가 있는가, 즉 판매할 수 있는가이다. 만약 그렇다면 연금은 즉각 지급 판정된다. 비밀 창작 활동에 대해서는 긴급관리 기구에 의한 법적 기소 형태로 처벌과 진압 제도가 운영된다. 또한 새로운 형태의 경찰도 도입되는데, 바로 반순수(반창작 순찰수사대)다. 형법에 따라 비밀리에 글을 쓰거나 유포하거나 간직하거나 심지어 말없이 그저 공개적으로 창작물이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이득이나 명성을 얻으려 시도하는 자는 고립과 강제노동의 처벌을 받으며 상습범의 경우 단단한 침대가 설치된 지하감옥에 갇혀 매년 범죄를 저지른 날에 채찍형을 받는다.
_요아힘 페르젠겔트, 『페리칼립스』, 125~126쪽
문화는 새로운 종류의 적응 도구이다. 왜냐하면 문화가 스스로 우연히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문화는 우리의 존재 조건에서 실질적으로 우연한 모든 것이 더 높고 완벽한 필연성의 광채 속에 서도록 기능한다. 그러므로 문화는 종교에 의해 창조되고, 관습에 의해, 법에 의해, 금지와 명령에 의해 만들어져 불만족을 이상으로,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결점을 완벽함으로, 불완전을 완전으로 바꾼다. 고통이 기운을 뺀다고? 그렇다, 그러나 고통은 또한 사람을 고귀하게 만들고 심지어 구원하기도 한다. 삶이 짧다고? 그렇다, 하지만 피안의 삶은 영원히 이어진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고 멍청하다고? 그렇다, 그러나 어린 시절은 목가적이고 천사 같으며 완전히 성스럽다. 노년이 끔찍하다고? 그렇다, 그러나 이는 영원을 준비하는 기간이며 게다가 노인의 늙음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인간은 괴물이라고?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탓이 아닌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최초의 조상이거나 악마가 신의 행위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며, 불행하다?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자유의 결과다. 자유는 가장 고귀한 가치이므로 자유를 갖기 위해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현재보다 훨씬 더 불행했을 것이다! 클로퍼는 동물에 주의를 돌리는데, 동물은 배설물과 사체를 구분하지 않고 양쪽 모두 생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여겨 피한다. 일관된 물질주의자에게 사체와 배설물을 비교하는 작업은 똑같이 중요하겠지만, 배설물은 비밀스럽게 내보내는 데 비해 시신은 화려하고 숭고하게, 많은 값진 것으로 둘러싸고 복잡하게 포장해서 보낸다. 그러기 위해서 받아들일 가치가 없는 사실들을 우리가 받아들이기 쉽게 해주는 허상들의 체계로서 문화가 요구된다. 장례의 엄숙한 의식은 언젠가 죽는 운명이라는 치욕이 불러오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저항과 반역을 가라앉히기 위한 수단이다. 죽음이 치욕인 이유는 점점 넓어지는 지식을 평생 쌓아온 이성이 결국 끝에 이르면 썩은 물웅덩이 속에 섞이게 되기 때문이다.
_빌헬름 클로퍼, 『오류로서의 문화』, 196~197쪽
저자는 여기서 확률에 근거한 미래예측의 무의미함을 선언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역사가 확률의 관점에서 완전히 불가능한 사실들로만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우스카 교수는 20세기의 문턱에 선 상상의 미래학자를 설정하여 당시에 접근 가능했던 모든 지식을 다 부여하고 이 인물에게 일련의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납과 비슷한 은색 금속이 발견될 것인데, 이 금속으로 만든 반구 두 개를 아주 간단한 손동작으로 서로 붙여서 커다란 오렌지와 비슷하게 만들면 지구상 모든 생명이 사라지게 하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가? 존경하는 벤츠 선생이 반 마력짜리 털털이 엔진을 달아서 끌고 다니는 그 낡아빠진 마차가 점점 늘어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숨 막히는 연기와 배기가스 때문에 큰 도시에서는 밤이 낮처럼 바뀌고 이동이 끝난 뒤에 그 교통수단을 어디든 세워놓는 문제가 가장 거대한 대도시들에서 주된 골칫거리가 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불꽃놀이와 발차기의 원리 덕분에 사람들이 곧 달에서 산책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그들이 걷는 모습을 동시에 지구에 있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집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일이 가능하다고 여기는가? 이제 곧 인공 천체를 만들어 여러 가지 기기를 탑재하고 그 덕분에 우주공간에서 벌판이나 혹은 도시의 거리를 다니는 사람의 행적을 모두 다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자네보다 체스를 더 잘 두고 음악을 작곡하고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고 세상 모든 계산 천재와 회계사와 세무사들이 다 함께 평생 매달려도 끝내지 못할 계산을 몇 분이면 해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여기는가? 곧 유럽 한가운데 거대한 산업단지를 짓고 그 안의 화로에서 산 사람을 태울 것인데 그 불운한 자들의 숫자가 수백만을 넘는 일이 가능하다고 여기는가?”
당연히 1900년에 이런 모든 사건이 조금이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미치광이밖에 없을 것이라고 코우스카 교수는 단언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일어났다. 그러므로 과거에 확률상 불가능한 일들만 계속 일어났다면, 어째서 갑자기 그 질서가 급진적인 변화를 겪어서 지금부터는 우리가 확률상 가능하고 개연성 있다고 여기는 일들만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다들 원하는 대로 미래를 예견해도 좋지만—교수는 미래학자들에게 말한다—어찌 됐든 그 예측은 최대 가능성 계산을 근거로 하지 않아야 한다…
_체자르 코우스카, 『생명의 불가능성에 관하여』; 『예언의 불가능성에 관하여』, 236~237쪽
그러니까 세균이 이토록 다재다능하다면, 완전히 새로운 목적을 위해서 세균을 활용하지 못할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면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독물과 살균제에 저항하는 수없이 많은 방어 전략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영어로 단어를 몇 개 쓰는 쪽이 훨씬 더 간단한 문제라는 사실이 명백해진다. 게다가 이 독물 뒤에는 현대 과학, 도서관, 실험실, 현자와 그들의 컴퓨터라는 거대한 배경이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저항하기에는 여전히 모자라다! 그러니까 핵심은 단지 어떻게 세균을 구속하여 영어를 배우게 하는가, 어떻게 언어를 익히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게 할 것인가이다. 선택지가 두 가지, 오로지 두 가지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글 쓰는 법을 익히거나 죽거나.
R. 걸리버는 기본적으로 황색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에게 우리가 보통 하는 방식으로 글 쓰는 법을 가르칠 수 있으나 그 과정은 말할 수 없이 지루하고 수많은 장애물로 점철되어 있다고 경고한다. 그보다 훨씬 쉬운 것은 세균에게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모스 부호를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인데, 게다가 점의 경우 세균이 그냥 있기만 해도 되니까 더욱 쉽다. 어쨌든 군집은 모두 점처럼 보이니 말이다. 점 네 개를 한 줄로 붙이면 선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_레지널드 걸리버, 『에룬티카』, 370~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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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래에 제시된 베스트란드 엑스텔로페디아 가격만 깜빡임(흔들림, 일부 번짐)이 시작된다면 이런 경우 제안서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읽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경우 업데이트는 오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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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되는데, 구독 조건은―여러분도 이미 잘 아시는 세계 경제상황으로 인해―24분 이상 이전에 예견하기란 유감스럽게도 불가능합니다.
_「베스트란드 엑스텔로페디아 전자44권」, 431~4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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