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내 취향에 맞는 그릇을 발견했을 때 두근두근하고 손발이 따뜻해진다.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때는 뱃속이 간질간질하다. 행여 대참사가 벌어질까 조심스레 설거지할 때는 가슴이 쪼그라드는 것만 같다. 남몰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으로 고요한 새벽에 우리 집 그릇장 문을 살며시 열고 차곡차곡 정리해 둔 그릇들을 들여다보는 일도 큰 기쁨이다."
프롤로그
킨츠기(金継ぎ),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 20
휘뚜루마뚜루
빌레로이앤보흐 부르겐란트 24
삼치 솥밥을 위하여
스타우브 라이스 꼬꼬떼 30
빙열과 함께 봉인
터키식 차이 세트 36
스뎅병에 걸렸어요
스테인리스 티포트 42
내 취향 밖의 세계
르크루제 원형 접시 48
나의 첫 빈티지
아라비아 핀란드 로즈마린 54
그 물건의 쓸모
에그 스탠드 60
사람은 가도 물건은 남는다
로열 앨버트 레이디 칼라일 66
최소한 이 정도는
오벌 형태의 다양한 접시들 72
음유 시인의 따스함을 담아
빌레로이앤보흐 트루바두르 76
쉬이 사라지고 이후 남는 것
차이나 펄 식기 세트 82
내 취향만으로 사는 것이 아닌 세상
레녹스 버터플라이 메도우 6인 세트 88
삶은 계속된다
델타 에스프레소 잔 94
오래도록 묵묵히 함께
젠 레이첼 바커 식기 세트 102
단순한 세계
쇼트즈위젤 와인잔 108
세상살이의 스펙타클함과 어려움
온느 씨의 스파냥 찻잔 114
나 자신을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사람
나의 차 도구들 120
사용할 수 없는 접시
로열 코펜하겐과 빙 앤 그뢴달의 연도 접시 126
인간은 구질구질하고 추잡하고 치졸하고
치사하고 나약하고 또 악하다
포트메리온 블루 하비스트 132
할머니와 송편
아코팔 할리퀸 6조 세트 138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일
파이어 킹 제디트 컵 앤 소서 144
그릇을 만들어보자
내가 만든 접시 150
허무는 공평하게
아라비아핀란드 똔뚜 156
220개의 일회용 컵
나의 텀블러 164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것
앤슬리 브램블리햇지 170
젖병의 세계
더블하트 유리 젖병 176
빈티지 그릇에 대한 Q&A 182
에필로그
당신에게 위로가 되는 것 188
소중함을 알고 그 소중함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23쪽)
부르겐란트에는 새침데기 같은 케이크보다는 투박하기 그지없는 호밀 빵이나 숭덩숭덩 썰어낸 바게트 따위가 잘 어울린다. (27쪽)
세월이 흐르며 사람에게 주름이 생기듯 찻잔에도 빙열이 생긴다는 점. (41쪽)
최근에 내가 그리도 찾아 헤매던 뻔하고 평범한 모습의 스테인리스 미니 찻주전자를 구했다. 힘을 빼고 시간이라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어느새 내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46쪽)
기본적으로 그릇은 깔끔하고 차분한 것이 좋다. 무엇을 담아도 어울리고 담긴 것을 더 돋보이게 한다. (49쪽)
‘우리 집 주방에도 강렬한 색감의 무언가가 생겼군’ 싶어 금세 간질간질한 기분이 되었다. (51쪽)
어떤 계절은 그릇으로 기억되기도 하는 듯싶다. (59쪽)
그 와중에 여전히 레이디 칼라일은 예쁘고 또 예쁘다. 이날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로 아주아주 진하게 밀크티를 끓였다. 많은 상념은 피어오르는 밀크티의 향기와 함께 사라져간다. (71쪽)
그날그날의 메뉴와 기분에 맞춰 다른 식기를 사용하는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이내 마음을 돌린다. (73쪽)
예쁜 그릇에 예쁘게 담아 대접받는 느낌을 누리고 싶다는 높은 차원의 바람은 아니다. 도리어 그보다는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지’ 하는 마지노선의 느낌이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도 접시를 고른다. 골라봐야 그게 그거지만. (75쪽)
귀여운 섬세함이 자글자글 바글바글해 지루할 틈이 없다. (79쪽)
푸르스름하면서도 은근하게 회색빛이 도는 바탕에 여리여리하게 표현된 하얀 꽃무늬, 그리고 실버 림이 둘러진 이 접시는 요즘 접시들이 추구하는 차분함과는 다소 다른 느낌의 차분함을 자아낸다. (86쪽)
“당신의 그릇장을 보여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89쪽)
검색창에 '레녹스 빈티지'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애들은 대개 호들갑을 떨 만큼 예쁘다. (91쪽)
절박한 심정으로, 한 번 먹으면 사라져 버릴 원두보다는 분명하게 오래도록 내 손에 쥘 수 있는 잔을 더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 잔을 보면 포르투갈이 생각나고 더불어 그 시절도 생각나곤 한다. (99쪽)
누군가의 생활을 묵묵히 함께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107쪽)
그중 내가 유독 귀여워하는 애는 넓적한 카푸치노 잔 한 가운데에 고양이가 들어앉아 있는 애다. (116쪽)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좋아하는 물건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125쪽)
부드러운 스펀지에 주방 세제를 묻혀 묵은 먼지를 닦아냈다. 새것처럼 깨끗하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깔끔하게 닦아두고 빨간 딸기를 잔뜩 올린 타르트를 만들었다. (137쪽)
송편이 아코팔 아네모네에 담겨 나오는 순간은 마냥 좋았다. (141쪽)
삶이란 그저 그렇게 끝없이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일이니까. 나 역시도 제디트를 손에 쥐며 잠시나마 다른 사람이 되어본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내가 끝없이 그릇을 모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149쪽)
하지만 혼자만 몰래 쓰는 컵의 가치란 무엇인가. (159쪽)
이날은 이것에 기대어 살고, 다른 날은 저것을 덕질하며 버틸 수 있게 되면서 내 하루하루가 그럭저럭 괜찮아진다. (175쪽)
남몰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으로 고요한 새벽에 우리 집 그릇장 문을 살며시 열고 차곡차곡 정리해 둔 그릇들을 들여다보는 일도 큰 기쁨이다. (179쪽)
1) 12,150원 펀딩
-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릇> 1부
- 후원자명 초판 1쇄 도서 내지에 인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