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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가슴은 뛰고 머리는 끓어오르며, 정신은 과학의 진보에서 결정적인 한순간을 목도하고 있다는, 불가해하지만 절대적인 확신에 사로잡히는 감정”
- 레비스트로스의 ‘<증여론>의 독서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에 대해서’

바타유, 레비스트로스, 부르디외, 데리다, 푸코 등에 이르기까지 인류학의 고전 가운데서도 첫손에 꼽히는 <증여론>의 영향력은 도처에서 발견되며 여전히 고갈되지 않은 새로운 탐구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선물 교환에 관한 최고의 체계적, 비교적 연구이자 선물은 왜 총체적인 사회적 사실인가를 규명해가며 교환의 유형과 사회적인 구조 사이의 관계를 최초로 정립한 <증여론>을 전공자의 새로운 번역으로 읽는다. 마르셀 모스 선집 제2권으로 출간하는 <증여론>에는 “선물, 독(Gift, Gift)” 외 “트라키아인의 태곳적 계약 형태” 등 <증여론>과 관련된 모스의 중요한 논문 2편과 함께 <증여론>을 둘러싼 논쟁적 지점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대담’이 실려 있다. 

“후진적이거나 태고 유형의 사회에서 받은 선물에 대한 보답이 반드시 이뤄지게끔 하는 법과 이해관계의 규칙은 무엇인가? 주어진 물건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수증자는 그것을 돌려줘야 하는가?”

옮긴이 및 마르셀 모스 선집위원회 대표의 말

이번에 <증여론>을 다시 옮기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가능한 읽기 편한 글’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 이 책은 논리의 난해함이나 논증의 치밀함으로 독자들을 어렵게 하는 책이 아닙니다. 진정 흥미로운 것은 이 복잡하지만 단순한 책이 인류학 안팎에서 촉발한 전방위의 학문적, 실천적 논의들인데,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대담’을 통해 그 일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_박세진(옮긴이)

2002년에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판된 <증여론>은 우리 학계에 큰 축복이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고전을 마침내 우리말로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증여론>을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 이어져 온 논의의 궤적을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고전은 장기간에 걸쳐 가치가 갱신되는 책입니다. 가치가 갱신되려면 새로운 독자층이 필요하고요. 박세진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증여론>을 통해 선물에 관한 논의가 한층 더 깊이 있게 펼쳐지길 기대합니다.
_박정호(마르셀 모스 선집위원회 대표)

<증여론> 출간 기념 ‘대담’에서

- 사회학, 경제인류학, 사회인류학 전공자 3인의 대담을 통해
증여론의 논쟁적 지점과 연구 지평을 한눈에 파악한다


박정호 - 모스에게 사회의 영원한 반석이 있다면 그것은 give and take 식의 계약이 아니라 주고받고 대갚음하는 세 가지 의무의 순환으로 이뤄집니다. 이 반석이 놓인 장소는 경제학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시장’이 아니라, 오랜 시간 퇴적된 지층 저 밑바닥일 것입니다. <증여론>의 핵심 주제는 바로 이 반석을 고고학적으로 발굴하는 데 있습니다. … 그동안 이 책은 낱권으로만 읽혀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번역된 <증여론>은 ‘마르셀 모스 선집’에 포함된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출간 예정인 모스 선집에 포함될 <희생제의의 본질과 기능에 관한 시론>과 <주술의 일반이론 개요>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 두 저서를 통해 <증여론>의 메시지가 더 큰 음량으로 증폭되어 또렷이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

박세진 - <증여론>은 ‘증여하는 인간의 사회적 삶’에 대한 이야기로서 인간 반석의 고고학적인 탐색을 통해서 그 반석이 어떤 형태로든 현재까지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데 있습니다. <증여론>이 “과학의 진보에서 결정적인 한순간”을 이룬다면, 모스의 후학들이 해야 할 일은 <증여론>이 과학적 진보의 또 다른 순간들과 이어지도록 하는 일입니다. … 모스는 현대 사회 역시 완전한 예외가 아니라는 자신의 생각을 증여가 “인간 반석 가운데 하나”라는 표현과 함께 <증여론>에 새겨놓습니다. 태곳적에 형성된 깊은 지층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땅의 기반이 되듯 증여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기반을 이루고 있다면, ‘총체적 급부 체계’의 형태로 증여가 존재하는 사회는 우리와 무관한 원시사회나 미개사회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태곳적 사회입니다.

책 속에서

결국에는 혼합이 있다. 사람들은 사물에 영혼을 섞고, 영혼에 사물을 섞는다. 사람들은 생명을 뒤섞고, 그렇게 인격과 사물은 각자의 영역을 벗어나 서로 뒤섞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계약과 교환이다. 

사람들이 물건을 주고받는 까닭은 서로 ‘존경’을 주고받기 때문이다(여전히 우리는 ‘예의’를 주고받는다고 말한다). 나아가 무언가를 주는 일은 자기를 주는 일이기 때문이며, 사람들이 자기를 주는 까닭은 자기 자신과 소유물을 다른 이들에게 ‘빚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 민중은 자신들이 생산한 물건의 향방에 대한 강한 관심과 자신들의 노동이 이익의 공유 없이 재판매되고 있다는 예민한 감각 속에서 경제에 대한 나름의 견해를 형성하고 있다. 

노동자는 한편으로는 공동체를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주들에게 자신의 생명과 노동을 바쳤다. 노동자 스스로 사회보장 제도에 협력해야 하지만, 노동자의 서비스로 혜택을 누린 이들도 임금을 지불하는 것만으로 노동자에게 진 빚을 모두 갚았다고 할 수 없다. 공동체를 대표하는 국가 역시 고용주들과 함께 그리고 노동자 자신의 기여에 기반해, 실업과 질병, 노령화, 사망에 대비한 일정한 생활 보장을 노동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태곳적인 것으로, 기본 요소들로 돌아가야 하며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많은 사회와 계층의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삶과 행위의 동기를 다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주는 기쁨, 예술을 위한 아낌없는 지출의 즐거움, 환대와 사적이거나 공적인 축제의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 진화의 처음과 끝에 존재하는 지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을 우리 삶의 원칙으로 받아들이자. 그것은 언제나 원칙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자기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또 의무적으로 주어야 한다. 그러면 잘못될 일이 없을 것이다. 마오리족 속담이 이를 훌륭하게 표현한다. “받은 만큼 주어라. 그러면 모든 일이 잘될 것이다.” 

아주 최근에야 서구 사회가 인간을 ‘경제적 동물’로 만들었지만, 아직은 우리 모두 이런 유의 존재가 되지는 않았다. 대중과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비합리적인 순수 지출이 여전히 흔히 행해지고 있으며, 이는 얼마 남지 않은 귀족층의 특질이기도 하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우리 뒤에 있지 않다. 도덕과 의무의 인간, 과학과 이성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인간 역시 우리 앞에 있다. 인간은 아주 오랫동안 그와 다른 존재였다. 인간이 계산기를 탑재한 기계로 변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목차

서론 증여, 특히 갚을 의무에 관해

제사(題詞)
연구계획
적용된 방법
급부: 증여와 포틀래치

제1장 교환된 선물과 갚을 의무(폴리네시아)
1. 총체적 급부: 모계적 재화와 남성적 재화(사모아 제도)
2. 주어진 사물의 영(마오리족)
3. 그 밖의 주제: 줄 의무와 받을 의무
4. 비고: 인간에게 주는 선물과 신에게 바치는 선물

제2장 체계의 확산: 후한 인심, 명예, 화폐
1. 관대함의 규칙(안다만 제도)
2. 선물교환의 원리, 이유, 강도(멜라네시아)
그 밖의 멜라네시아 사회
3. 북서아메리카
명예와 신용
세 가지 의무: 주기, 받기, 갚기
사물의 힘
“명성 화폐”
첫 번째 결론

제3장 고대의 법과 경제에 남아 있는 교환-증여의 원리
1. 채권과 물권(아주 오래전의 로마법)
해설
그 밖의 인도유럽법
2. 고전 힌두법: 증여의 이론
3. 게르만법(담보와 증여)
켈트법
중국 

제4장 결론
1. 도덕적 결론
2. 경제사회학 및 정치경제학에 관한 결론
3. 일반사회학 및 도덕에 관한 결론

부록
1. 트라키아인의 태곳적 계약 형태
2. 선물, 독

옮긴이의 말
<증여론> 출간 기념 대담
찾아보기 

지은이 및 옮긴이 소개

지은이 l 마르셀 모스

1872년 5월 10일 프랑스 보주 지방의 에피날에서 유대인 가정의 첫째 아이로 태어났다. 1890년 삼촌 에밀 뒤르켐이 가르치고 있던 보르도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학, 심리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1895년 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파리 대학의 고등실습연구원에서 역사학과 문헌학, 종교학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이곳에서 ‘비문명화된 민족들의 종교’ 강의를 담당하는 교수로 임용되어 1914년까지 기도, 주술, 계약과 교환의 원시 형태 등을 가르쳤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사회학 연보』의 책임자로서 프랑스 사회학의 재건에 힘썼으며, 1925년 레비브륄 등과 함께 파리 대학에 민족학연구소를 설립해 젊은 민족학자를 양성하는 일에 매진했다. 1931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회학 교수로 선출되어 종교사와 민족학을 비롯해 사회생활의 표상체계와 상징체계에 관한 구체적 자료의 연구에 몰두하면서 활발한 학문적 활동을 펼쳤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교수직을 그만두고 장기간 칩거에 들어갔으며, 1950년 2월 10일 77세의 일기로 파리에서 타계했다. 사회학자이자 참여 지식인으로서 모스는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그는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주의의 열렬한 옹호자였으며, 장 조레스와 교류하면서 『뤼마니떼』의 창간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다수의 정치 평론을 기고하기도 했다. 모스는 뒤르켐 사회학의 전통 내에서 ‘총체적인 사회적 사실’과 ‘총체적 인간’이라는 풍요로운 분석 대상을 제안했으며, 삼촌 뒤르켐과는 달리 여러 인접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사회학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희생제의의 본질과 기능에 관한 시론」, 「주술의 일반이론 개요」, 「증여론」, 「몸 테크닉」을 비롯해 애도 의식, 사람과 자아 개념, 문명과 국민 등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글을 발표했으며, 레비스트로스부터 부르디외에 이르는 20세기 프랑스 사회학과 인류학을 이끈 사고의 출발점이자 안내자로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옮긴이 l 박세진 

고려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호미니드 진화의 사회학을 위하여: 현 자료에 입각한 인류학적 사고실험」이라는 논문으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물이전 양식과 사회성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이 있고, 레비스트로스의 <마르셀 모스 저작집 서문>을 공역했다.


도서 정보



도서명: <증여론>

분류: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류학
판형: 128*195mm(양장), 약 340쪽
정가: 23,000원
출간 예정일: 2025년 2월 21일
펴낸곳: 파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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