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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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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웹소설로 국어 수업>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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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좋은 소설은 단어에 얹힌 낡은 먼지들을 떨어낸다. 『너의 오른발은 어디로 가니』 속 작품들은 돌봄의 새로운 정의를 제안한다. 소설에 그려진 모든 돌봄 행위는 시혜자-수혜자로 분리되지 않는다. 돌봄을 중심으로 연결된 이들은 서로의 삶에 스며 각자의 흔적을 남긴다. 세상 여느 관계가 그렇듯 다채로운 빛깔과 질감으로. 책을 읽는 내 물을 흠뻑 머금은 붓으로 그린 수채화를 떠올렸다. 왜 나는 세상의 모든 돌봄 서사를 무채색이라 단정 지었을까. 소설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함부로 대상화되지 않는다. 이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내보이며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하지도, 반대로 당당하고 다부진 모습을 보이며 “이것 봐. 우리는 이렇게 주체적이야.”라고 증언하는 도구로도 기능하지 않는다. 이들은 비참한 모습을 전시하지도, 힘과 용기를 애써 그러모으지도 않은 채 그이 자체로 지면을 밟고 존재한다. 소설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힘을 갖는다면, 그 근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은 타자를 매번 재발견하려는 노력’이라 말하는 이 장르의 윤리성에 기반할 것임을 다시 확인한다.
2.
《송싸이공 할머니 사총사》 속 베트남 이주민들은 다정하고 쾌활하다. 책장을 넘기며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때 즈음, 이란주는 ‘베트남 전쟁’을 내어놓는다. 한국인과 이주민의 우정을 위한 요건은 편견 없는 시선이라고 여겨 온 마음이, 이 순간 쿵 떨어진다. 친구가 되려면 무엇보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진리는 왜 ‘내국인-이주민’의 구도 속에서 쉽게 잊힐까. 그는 진실을 직시하게 하는 담백한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세상이 만든 남루한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3.
“지역사회와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녹여낸 수업으로 학생을 삶의 주체로 일으키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심장을 쿵쿵 뛰게 했다. ‘좋은 교육’의 소명이 인간과 세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면, 교사는 우리에게 강요되는 ‘객관적인 교수자, 평가자’라는 역할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만난,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선 “어디에나 있는” 특별한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교육의 지향을 직진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는 기운이 된다.”
4.
『플랜B의 은유』 속 인물들은 사회적으로 ‘정상’이라 인정되는 삶에서 비켜서 있음에도 선택의 이유를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눈물이 핑 도는 사연도 풀어내지 않는다. 작가는 소수자성을 지닌 인물들을 ‘설명하는 나’가 아니라 ‘존재하는 나’로 일으켜 세우며 맞선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해받기 위한 노력’보다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요청한다. 주인공들은 현재의 시간 위에 온전하고 산뜻하게 존재한다. 등장인물을 서럽게도, 억울하게도, 안타깝게도 만들지 않으며 “심각한 이야기”를 “노래 부르듯 이어” 가는 윤슬빛의 새로운 저항 방식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5.
강석희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쉽니다. 그가 그려 내는 인물들은 각자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마주하는 다종다양한 문제들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겪어 냅니다. 『내일의 피크닉』의 인물들은 기실 가장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자신과 타인을 감싸안으며 변화합니다. 잔잔한 슬픔을 끌어안은 채 조용하게, 무해한 방식으로 직진하는 인물들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요.
6.
  • 아무튼 남고 - 아찔하고 다정한 남학생들의 세계 
  • 강영아 (지은이) | 푸른칠판 | 2023년 12월
  • 16,800원 → 15,120원 (10%할인), 마일리지 840
  • 9.6 (5) | 세일즈포인트 : 1,121
남성 청소년 또한 각자의 지향과 성향에 따라 자기 방식의 삶을 꾸려 나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종종 “남고생들이란!”이라는 짧고 성의 없는 말로 이들을 뭉툭한 덩어리로 인식하고 만다. 《아무튼 남고》에 등장하는 남성 청소년들은 누구도 대상화되거나 희화화되지 않는다. 학생 각자가 가진 개별성과 깊은 고민, 아름다운 지향을 접하는 일이 즐겁고 놀라웠다. 강영아 교사의 문장은 학생 각각을 독자의 눈앞에 생생히 일으켜 세운다. 여성 청소년들을 향한 오래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부서뜨리는 책들이 줄을 이어 출간되는 근래의 현상이 반가우면서도, 남성 청소년들이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 주제넘은 염려를 접어 두기로 했다. 아름다운 성인, 아름다운 청소년이 만나 함께 꾸는 꿈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 벅차고 황홀했다.
7.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세계에서 ‘너희’에 속한 아이들이 스스로를 남루하다 여기는 순간, “느티 샘”은 어김없이 찾아와 손을 내민다. 외로움을 혼자 버티고 살던 아이들에게 “고맙고 대견하다. 견뎌 줘서.”라고 인사하는 그의 다정한 마음은 이어달리기를 하듯 다음 주자에게로, 그리고 다시 다음 주자에게로 연결된다. 아이들은 느티 샘을 통해 경험한 환대를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독점하지 않는다. 그들은 타자로 규정되어 배척되고 배제되는 존재들을 향해 망설이지 말고 이리 오라고 말한다. 『느티나무 수호대』의 ‘타자’는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이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이들을 주체성을 가진 온전한 개인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김중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은 ‘우리’가 배려해야 할 불쌍한 존재가 아닌,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삶의 주인공으로 생생히 피어나며 ‘우리’와 ‘너희’ 사이에 그어진 선을 지운다.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단 믿음이 공기처럼 존재하는 시대에 연대와 우정을 강조하는 일은 종종 순진하다 치부된다. 하지만 느티 샘을 비롯한 “느티나무 수호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이 ‘함께’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은 오직 연대와 우정을 통해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확신은 당분간 이 ‘순진한 마음'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용기가 될 것이다.
8.
여성-청소년으로 사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공부를 잘하면 “독한 계집애”가 되었고, 못하면 “머리 빈 계집애”가 되었다. 생각을 또렷하게 말하면 “기센 애”, 다른 이의 말을 잘 들어주면 “속없는 애”가 되었다. 여성-청소년을 수식하는 표현들은 다종다양했으나, 딱히 청해 듣고 싶지 않다는 점에서 같았다. 단어들은 제각각 다채롭게 불쾌한 의미를 띄며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제한했다. 오랜 시간 우리는 ‘나’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눈에 띄지 않고 존재하는 일에 몰두했다. 『어른이 되면 고민이 끝날까?』를 읽는 내내 여성-청소년의 손을 부드럽게 쥐고 울타리 밖으로 함께 걸어 나오는 황효진 작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다채로운 억압의 말들로 가득 찬 세계에서 그는 다채로운 우정의 양상을 제시하며 희망을 말한다. 홀로 고민을 감당하며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9.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독자의 관성적 사고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가족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를 무찌르는 존재인 이서는 여성 청소년이다. 그가 지켜 낸 가족은 혈연을 바탕으로 이뤄진 전통적 가정이 아니다. 한때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에 속하길 소망하던 이서는 자신의 용기를 바탕으로 동생과 아빠를 지켜 내며 스스로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주체가 된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었다.”라는 칭찬이 너무나 어울리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더 큰 매력은 흥미롭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위에, 그간 공고히 구축된 과거의 상식과 질서를 뒤집는 이 시대에 필요한 전복의 서사를 얹어 냈다는 점이다.
10.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독자의 관성적 사고를 무너뜨리는 이야기다. 가족을 위협하는 괴생명체를 무찌르는 존재인 이서는 여성 청소년이다. 그가 지켜 낸 가족은 혈연을 바탕으로 이뤄진 전통적 가정이 아니다. 한때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에 속하길 소망하던 이서는 자신의 용기를 바탕으로 동생과 아빠를 지켜 내며 스스로 완벽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주체가 된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멈출 수 없었다.”라는 칭찬이 너무나 어울리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더 큰 매력은 흥미롭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 위에, 그간 공고히 구축된 과거의 상식과 질서를 뒤집는 이 시대에 필요한 전복의 서사를 얹어 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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