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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병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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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탱크 북>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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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인가 전차인가 ‘탱크’, ‘전차’ 같은 용어에는 나름의 역사와 나라별 관행이 담겨 있다. 영미권에서 ‘탱크(tank)’는 원래 액체 혹은 가스를 저장하는 탱크를 의미했다. 하지만 영국이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무한궤도와 장갑, 포(砲)를 갖춘 신무기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탱크라는 위장 명장을 쓰면서 탱크는 무기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의미도 가지게 되었다. 원래 한자를 사용했던 동북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도 용어의 번역은 제각각이다. 한국군은 전차(戰車)라는 용어를 주로 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전차는 원래 중국 고대에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싸우던 시대의 무기 명칭이다. 한자 자체의 뜻을 보면 전투용 차라는 의미이므로 이를 현대 무기에 재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민간 영역에서는 ‘탱크’라는 용어가 보다 흔하게 사용된다. 중국에서는 전차(戰車)로 표기할 때도 있지만, 군은 물론이고 민간 영역에서도 발음을 그대로 따온 ‘탕크(坦克)’라는 표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 북한에서 주로 쓰는 ‘땅크’라는 용어는 탱크의 러시아식 발음(танк)에서 유래한 것이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동아시아에서 의미를 중시하는 전차(戰車) 계열과, 발음을 중시하는 탱크-땅크-탕크 계열의 두 용어가 여전히 선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발음 때문에 용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상대적으로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지만,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전차는 크기, 무게, 용도에 따라 ‘중전차(heavy tank)’, ‘중형 전차(medium tank)’, ‘경전차(light tank)’의 구별이 좀 더 엄격했다. 문제는 중전차와 중형 전차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heavy tank’를 ‘重戰車’, ‘Medium Tank’를 ‘中戰車’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어 한자 음독에서 ‘中’은 ‘ちゅう’, ‘重’은 ‘じゅう’으로 발음되고, 중국에서도 ‘zh?ng’과 ‘zhong’으로 성조가 약간 달라서 구별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中’의 한자음도 ‘중’이고, ‘重’의 한자음도 ‘중’이다. 1940~1980년대처럼 국한문 혼용을 하던 시기라면 상관이 없지만, 지금처럼 본문에서 한자를 거의 쓰지 않는 한글 전용의 시대에는 구별이 애매해진다. 이 책에서는 중전차(heavy tank), 중형 전차(medium tank)로 각각 구분하고, 일부 대목에서는 한자까지 병기해서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하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표기법이 낯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무기 명칭들도 이런 복잡한 힘겨루기의 산물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도 실제 발음, 표기법 원칙, 독자들에게 익숙한 표기법 사이에서 고민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영어권이 아닌 국가의 인명과 지명, 사물명의 경우 원래의 표기법과 영어화된 표기법의 차이, 그리고 그에 따른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의 적용, 독자들에게 익숙한 표기법이라는 네 가지 측면의 갈림길이 있어 고민의 폭이 더 컸다. 역사적 뿌리가 있는 용어들도 고민의 대상이다. 이 책에 나오는 용어는 아니지만 미국의 육군참모총장은 ‘Chief of Staff of the Army’, 미국의 해군참모총장은 ‘Chief of Naval Operations’으로 용어 구성 방식이 다르다. ‘Chief of Naval Operations’은 용어의 사전적 의미와 역사성을 살려 ‘해군작전부장’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은 번역일까, 아니면 한국의 해당 직책에 부합하게 ‘해군참모총장’으로 번역하는 것이 옳은 번역일까? 무한궤도와 관련된 부속에 한정되지 않고 동력부 전반에 걸쳐 군에서 쓰는 용어와 자동차 공업 혹은 기계 공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에도 차이가 있다. 특히 자동차나 기계 공업 분야에서는 어설픈 한국어 번역이 혼돈을 초래한다고 보고, 국제화된 영어식 용어를 발음 그대로 한글화시킨 용어를 흔하게 쓴다. 이런 용어들은 폭넓은 대중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같은 대상을 놓고 사용 집단 간 용어가 다를 경우 어떤 용어가 최선일까? 일부 국가 전차 탑재 포의 구경을 밀리미터 단위가 아닌 센티미터 단위로 표기한 원서의 표기 방식을 살릴 것인지, 한국의 관행에 따라 밀리미터 단위로 일괄 전환할 것인지도 사소하지만, 나름의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최종적인 선택은 원서의 표기 방식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었지만, 센티미터 단위의 구경 표기에 놀라움을 느낄 일부 독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물론 이런 여러 고민들을 번역에 온전히 완벽하게 담아내지는 못했다. 원서의 판형을 바꾸기 힘든 영국 DK 출판사 특유의 시각적 편집 때문에 문장을 축약하거나, 직역에 가까운 초벌번역을 가독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혹 실수가 있었는지도 염려스럽다. 전적으로 번역자의 실력 부족으로 나온 실수도 없지 않을 것이다. 모든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렵고 죄송스러운 마음도 든다. 그럼에도 독자들에게 익숙한 용어와 표기법 규정 준수, 용어의 역사성과 언어의 교환성 사이에 적정선을 찾기 위해 끝없이 고민했다는 점은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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