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
| <신화의 푸른 골목길을 걷다> - 2024년 4월 더보기 내게 신화는 그리움이다. 꿈이랄까, 염원이랄까 그런 간절한 떨림을 동반한다. 신화적 상상력에 근거하여 시집을 출간하고자 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1990년대 후반쯤일까, 아마도 첫 시집(1995)을 출간하고 난 뒤 그 몇 년 사이의 일이 될 것 같다. 어느 늦은 오후 문우들과 종로를 걷다가 문득, 네 번째 시집은 ‘김수로왕 신화’를 소재로 써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는 ‘문득’이라고 해야 할 만큼 순간적인 스침의 형식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내 안에 자리하고 있던 열망의 한 축이 아니었을까 싶다. 신화적 상상력의 근저는 삶과 존재를 탐구하는 일련의 과정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수로왕의 후예라는 뿌리의식이 한몫을 했으리라. 내게 뿌리의식은 핏줄의 범주를 넘어서서, 어릴 때 보았던 마을사람들의 모습과 그 이야기적 경험공간까지 두루 아우른다.
그렇다면, 네 번째 시집이란 또 무엇인가. 이는 아마도 그 무렵, 내 부족한 시적 역량을 염두에 두고 두 번째, 세 번째 시집을 건너 조금 더 멀찍이 약속을 잡아두고자 하는 무의식적 발현이었을 것이다. 신화적 요소를 현대적 삶과의 연계성 속에서 형상화하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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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다. 처음 계획대로 했다면 이 시집은 이미 출간되었을 것이다. 결국, 네 번째 시집이라는 스스로의 약속은 지켜지고 있지만, 한참을 돌아온 셈이다. 신화는 이상한 떨림이고 그리움이다. ‘사람’이 사라져버린 삭막한 인공의 시대. 신화는 그 부재와 결핍을 채워주는 아득한 울림이면서 생명성이다. 긴 길을 걸어와 이제야 오랜 숙제를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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