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포)에티카> - 2024년 7월 더보기 비평의 사랑은 대상을 주체의 욕망에 종속시키려는 일방적인 진단이 아니다. 좋은 비평은 작품을 만진 뒤 작품으로부터 손을 털어낸다. 구속하지 않는다. 비평이 작품을 통해 열어놓은 질문들로 작품이 독자에게 자유로이 날아갈 수 있도록 놓아준다. 말하자면 비평은 문학의 가장 후방에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 폭력에 대항하는 힘, 그 힘의 구체적인 얼굴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정치적인 아름다움을, 나의 비평은 믿는다. 비평의 아름다움은 현실의 요철을 깎아내어 매끄럽고 부드러운 무언가로 미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파인 홈과 울퉁불퉁한 돌기들을 손끝에서 있는 그대로 감각하는 일이다. 아쉽지만, 읽기와 쓰기가 낭만화하는 기분좋은 시간은 비평의 종착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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