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시인동네》에 2년 남짓 기간 동안 캘리그라피 연재를 하면서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타이틀과 카피를 캘리그라피로 표현해왔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캘리그라피를 적었던 반면 월간《시인동네》에 연재했던 캘리그라피는 신중에 신중을 더하게 했다. 시를 글씨라는 ‘모양’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자체가 참 어려웠고 그로 인해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인쇄가 되어서 나온 작품을 보면서 가슴 한편이 먹먹하기도 했다. 시는 아날로그다. 담백한 아날로그의 시들을 텍스트와 캘리그라피로 보면서 독자들에게 쉼이 되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