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낼 준비가 되면 ‘작가의 말’이 떠오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꽤 오랜 시간을 생각했지만 여전히 한 글자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도 여기 실린 열 편의 소설보다 더 멋진 글을 써서, 사실 제가 이것보다는 잘 씁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으니 결과적으로 시간만 보냈다.
결국 이 지점에서 쓸 수 있는 건 수많은 감사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소설들을 쓰는 사람이 되게 해준 모든분들께 전하는 감사.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사랑했고 미워했던, 사랑받았고 미움받았던 모든 사람들. 그들이 있었기에 나는 이제, 죽을 것 같아도 살게 된다는 것,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그럼에도 잊힌다는 것을 안다. 지금 내 곁에 있고, 이제 내 곁에 없는 사람들. 언젠가 만났고 분명 헤어질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과 결국 만나지 못할 사람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을 것이고 이 소설들도 달랐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인물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내 일부를 나눠가진, 나이지만 내가 아닌 사람들. 그들은, 내가 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돼주었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2018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