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써 나가면서 사랑이 다른 감정과 다르다면 결국 우리를 벌거벗게 만들기 때문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사랑의 징후인 두려움과 떨림도, 보상인 환희와 자유로움도 그래서 생겨나는 것 아닐까, 하고. 같은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에곤 실레의 나체화처럼 벌거벗은 우리는 대개 헐벗었고 뒤틀려 있기 마련이니까. 벌거벗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벌거벗은 상대방을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자존심, 질투심, 시기심같이 사랑을 둘러싼 감정들과 온갖 생활의 조건들은 오히려 더 갖춰 입고 뻔뻔해질 것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사랑을 원한다면 결국 거짓의 밝고 좁은 조명 아래서든,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는 짙은 어둠 안에서든 입고 껴입을수록 더 헐벗고 뒤틀리기만 하는 자신을 마주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 이야기 안의 상수와 수영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것이 여느 감정과 다르며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수많은 사람 속에서 다르게 해 주는 것 아닐까. 역시 수영과 상수가 이야기의 끝에서 그렇게 알게 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