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언어, 그리고 번역의 경계를 꾸준히 탐색해온 번역가이자 저술가이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번역을 통해 기존 번역의 문제를 지적해 주목받았고, 이후 『어린왕자』, 『1984』,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투명인간』등 다양한 언어의 많은 고전 문학의 재번역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번역은 단순한 언어 변환을 넘어서, 문장의 구조, 작가의 사고 리듬, 철학적 논리를 통째로 옮기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페스트』는 그러한 작업의 결정판으로, "번역은 문장의 몸을 빌려 작가의 혼을 되살리는 일"이라는 그의 번역론이 가장 정교하게 실현된 작품이다.
문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이정서의 번역은 독자에게 읽기의 새 지평을 제시한다.
이번 『페스트』는 단순히 고전을 다시 옮긴 것이 아니라, 카뮈가 던진 철학적 사유와 문장의 숨결을 되살리는 번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작이 될 것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공습하고 전면 침공을 감행하면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이 야만적인 전쟁이 정말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어질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 텐가!
이 와중에 문득문득 드는 기시감이 있었다. 이게 뭐였더라?
그리고 깨달았다. 그건 바로 소설 <동물농장>과 <1984> 속 장면들, 문장들이었다. 시대와 양상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똑같이 동물적, 아니 야만적이다. 조지 오웰이 그려낸 세계는 결코 허구의 세계가 아니며 단순한 비유도 아니다.
21세기를 사는 세계인 누구나 인정하듯, 이 작품의 작가 조지 오웰은 정말 천재 작가다. 그는 이 책 뒤에 실은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치적 성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운 책은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견해도 그 자체가 정치적 태도다.’
이러한 인식하에 쓰인 이 작가의 작품은 실제로 이렇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작품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실제 이 작품의 배경이 러시아였다). 동물들을 이용한 이 알레고리는 읽기에 따라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우화寓話’만의 특징이기도하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역자의 의역도 원문 그대로의 속뜻을 따라갈 수 없다. 원작가가 쓴 서술구조 그대로 번역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