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좋아하나요?
새는 태어나서 처음 눈 맞춤 한 대상을 엄마라고 여기지요. 동시가 저에게 그래요. 엄마이면서 첫사랑이에요. 한창 동시를 배울 때 막둥이가 껌딱지처럼 등에 붙어 있었죠. 어부바해서 동시 읽고 유모차 밀면서 동네 쏘다니며 들꽃 공부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어미가 올려다볼 정도로 훌쩍 커 버렸어요. 그런데도 제 동시들은 집 없이 떠돌았지요. 번듯한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답게 지금에야 시들의 집을 지었습니다. 볼거리 많은 세상, 여기 기웃 저기 기웃대느라 몹시도 늦어 버렸죠.
제 동시를 위해 쓰러진 나무에게 부끄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책 사이에 이런 동시집 하나 있어도 괜찮다 여겨지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아직도 동시라는 단어에 눈이 커지고 귀가 쫑긋해집니다. 왜 그리 동시에 빠졌을까요. 누구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물으면 ‘그냥’이라 하듯이 저도 ‘그냥’이라는 답을 내놓을 밖에요.
그냥 동시가 좋아요. 동시는 맵지도 짜지도 않은 순한 맛입니다. 소화가 잘되어 술술 넘어가 속이 편합니다. 이 책을 펼치는 모든 이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부디, 기분 좋은 시간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