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어교육과 영어교육을 공부했어요. 그림책 모임과 강의로 사람들을 만나고, 읽고 쓰는 일과 느린 산책을 좋아합니다. 쓴 책으로 『그림책의 책』, 『그림책이 좋아서』, 『그림책 탱고』, 『겨우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곰과 수레』, 『나무는 자라서 나무가 된다』, 『풀잎 사이의 공간』, 『왕의 이름』, 『얼굴은 시』, 『안녕, 로렌스! 안녕, 소피아!』 등이 있어요
허리를 펼 틈도 없이 수레를 끌고, 작은 수레에 자꾸만 무언가를 채우는 곰은 우리를 꼭 닮았어요. 좀 한가하다 싶으면 불안에 쫓겨 무슨 일이든 찾아 나서고,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가득 채운 가상의 장바구니는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사실, 우리도 잘 알고 있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요. 하지만 눈앞에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한 멈출 생각을 못하죠.
프리랜서인 저는 불안을 항상 삶의 기본값으로 불안과 일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그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곤 하지요. 바로 그 즈음에 <곰과 수레>의 번역 일을 하게 됐어요. 아름다운 리노컷 일러스트레이션과 담백한 우화! 이 우화가 전해주는 투명한 메시지가 저에게는 곰에게 위험 신호를 알려 준 종달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참 좋아하는 다정한 방식으로 종달새가 찾아온 거예요. 마음속으로 다시금 되새겨요. 결핍은 다름 아닌 마음의 여유와 관조의 시간이라고요. 행복은 숲 사이를 걷는 발걸음과 종달새 소리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한 조각 햇살에 있다고요. 사랑스러운 곰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다정한 종달새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어느 때, 종종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깐이라도 서성임의 시간을 가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