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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멋대로 생생』.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등이 있다.



저자의 말 |
| <길을 가는 자여 행복하여라> - 2025년 3월 더보기 어찌하다 보니 이순을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고, 진흙탕 속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더러 벌 나비가 붕붕 나는 꽃길도 만날 수 있었으니 인생은 살 만한 것이라 여깁니다.
여기 글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문우들과의 문학기행 그리고 지인과 가족과의 국내외 여행 이야기입니다.
여행 원고를 정리하면서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을 새삼 깨닫습니다. 천태산 여여산방에서부터 시작된 발걸음은 읍내 여여글방과 삼봉산 여여산방까지 십여 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여행을 함께했던 몇몇 지인은 글 둥지를 떠났습니다. 또 몇몇은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한평생 짓던 인삼 농사를 접었고,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리던 엄니는 거동이 불편해 지난해 요양원에 입소하였습니다. 그리고 딸내미는 시집을 가고, 아들내미도 결혼을 합니다. 어찌 그뿐이겠는지요.
여행하면서 “아는 자가 좋아하는 자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가 즐기는 자보다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논어』, 「옹야」)는 걸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길이 있으니 길을 가는 것과 같이 여행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2025년 새해 아침, 천태산 은행나무를 찾았습니다. 한때 천태산 은행나무에 기대어 살다 죽으면 여한이 없을 거라 여긴 적이 있습니다. 천태산 은행나무는 여전히 생의 기쁨이며 희망이고 안식입니다. 천태산 은행나무처럼 하루하루 ‘생을 다시 찾는 여행’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마음도 찾을 수 없다(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금강경』)지만 ‘지금, 여기’ 진지한 삶을 체득하는 생생한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섭니다.
길을 가는 자여 행복하여라, 메아리가 들려 옵니다.
2025년 정월 여여산방에서
양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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