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여여하였다』.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론집 『풍요로운 언어의 내력』. 논저 『백석 시의 창작방법 연구』 등이 있다.
불혹의 나이에 에움길 돌고 돌아 천태산 은행나무 품에 안겨 살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삶터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 비애가 컸다. 그것은 각박한 현실의 세파에 밀려 쫓겨난 눈물이 아니라 꿋꿋하게 지탱하던 마음의 집이 한순간에 허물어진 것이었다.
떠날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게 자연의 순리라 믿는다. 때가 아닌 때에도 떠나야 하는 것 또한 하늘의 뜻이라 여긴다. 내게 영국사와 천태산 은행나무와 여여산방이 그러했다.
오랫동안 여여하면서 여여하지 않을 때 많았지만 또한 여여하지 않았던가. 꽃이 피고 지고,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쳤다. 그리고 그 자리 또 꽃이 피지 않았던가. 시집 『식량주의자』 이후 7년여 만에 펴내는 『여여하였다』 역시 그러하다.
지금 여기 삼봉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산지 어느새 1년, 첫눈이 소복하게 내리고 있다.
2017년 소설(小雪)
삼봉산 여여산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