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환대나 정의와 같은 듣기의 윤리가 제시하는 이념들은 어려운 것이다. 그것들은 ‘불가능한 경험’으로 제시된다. 인정투쟁, 경쟁, 불공정, 부정의한 관행들, 불평등한 구조, 그리고 그로 인한 억눌린 분노, 그것이 격발한, 넘쳐나는 타자에 대한 폭력, 혐오, 모욕…. 이 같은 현실에서 절대적 환대, 정의, 연대와 책임 같은 아름다운 이념들은 너무 멀고, 너무 무력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정의, 책임, 연대는 더 이상은 우리의 세계가 이렇게 지속될 수는 없다는 최소한의 합리성에 근거한, 그래서 공동의 해결을 모색하는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이자 실천이다. 그 출발점이 최소한의 합리성이고 구조적인 실천의 모색인 이유는, 우리가 물을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자 하는가? “우리가 원할 수밖에 없는 게 정의로운 세상이라면, 어느 것도 타자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가야트리 스피박). 그리고 그것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어렵다 한들, “누가 감히 고뇌를 생략한 채 정의롭게 되고자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