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계간 문학동네》 시 부문과 2011년 《계간 실천문학》 단편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선명한 유령》(실천문학사), 《토이 크레인》(문학동네) 등이 있고, 공저 에세이집 《시인의 사물들》(한겨레출판), 테마 소설집 《한밤의 산행》(한겨레출판) 등이 있다.
내가 좋아하던
시인과 노래꾼은 일찍 죽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들보다 더 늙은 사내가 되어 있었다.
그들보다 오래 살아남아
그들보다 더 발견해 낸 생의 비밀은 무엇이었나.
거의 매일 반성하며
때론 모른 척하며
가끔은 분노하며
매번 체념하며
지독히 쓸쓸해하며
어쩌다 한번 시를 쓰며
벌써 몇 계절을 흘려보냈다.
다시 겨울이다.
몇 년째 겨울잠 잘 곳이 마땅치 않다.
첫 시집을 내놓으려니 가슴 한쪽이 서늘하다.
발 뺄 수 없는 곳까지 들어와버린 느낌.
이 세상에 내려왔었다는 증거를
겨우
하나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