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데뷔를 한 후 지금까지, 근 6년이 흘렀다. ... 6년 동안, 때로는 소설과 멀어지고 때로는 소설과 가까워지면서 그나마 깨달은 바가 있다면, 내가 펜을 쥐었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펜 끝을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것이 설익은 겸양의 태도로 내 몸에 남아있었지만 이제는 삶의 정면에서 밀고 오는 느낌이다. 게다가, 어떤 면에서 내 펜은 세상의 변화와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거칠고 낡아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런 자괴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재주도 얼마 남아있지 않아서 씁쓸하면 씁쓸한 대로 그것을 좀 더 밀고 나가는 것 외에 다른 묘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