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면서 지내다가, 이제 나이를 다 채우고 2025년 8월에 물러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 어른 마주하듯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 오래 몸담으면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 힘을 기울였고, 그 열매로 해마다 아이들 글을 모아 글모음을 내고, 아이들이 쓴 글을 엮어 책으로 내기도 하고, 글쓰기를 가르치고 이끄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교실에는 마치 다른 별에서 온 듯한 엉뚱한 아이가 더러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런 아이가 늘어가는 듯하다. 곁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 보기도 하고, 잠시라도 이쪽으로 건너와서 함께 놀아 보자고 손을 내밀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쓴 책으로는 《국어 시간에 소설 써 봤니?》 《국어 시간에 시 써 봤니?》가 있고, 엮은 책으로는 《생긴 대로 살아야지》 《찔레꽃》 《꽁당보리밥》 《기절했다 깬 것 같다》 《버림받은 성적표》가 있다.
시 쓰기는 참 좋은 공부야. 바람에 물결이 일 듯, 나뭇잎이 살랑이듯, 한순간 일렁이는 마음결을 붙잡아서 담아내는 것이 시야. 그냥 흘려보내고 나면 묻혀 버리고 말지만 이렇게 시로 마음의 결을 붙잡아 놓으면 두고두고 볼 수 있어 좋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라도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나는 너희들 시를 읽을 때 표현이나 기교보다는 시 속에 담긴 진실한 마음을 읽으려고 애를 써. 너희들이 쓴 시에는 어른들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너희들만의 발상이 있다고 믿거든. 나는 이게 너희들 시의 생명이라고 생각해. 머리로 지어 낸 관념의 세계도 아니고, 일부러 어린애인 척 흉내나 내는 동시 같은 것과는 아주 다른 거지. 너희가 살아가는 현실과 나날이 실제는 겪는 일과 그 순간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 나는 이것이야말로 참된 삶의 길이고 인간의 길이라고 굳게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