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시인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거기에는 없다』, 산문집으로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아무튼, 인기가요』 『그림책 생활』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좋은 집에 살고 싶고 그 집의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저녁을 먹으며 평소 친애하는 시인에게 가르치듯 말했다. 그날 밤부터 지금까지 후회한다. 요즘 하는 말이 대체로 그런 식이다. 함부로 말하고 깊이 후회한다. 시를 후회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현실에 이토록이나 완벽하게 투항했는데, 무릎 꿇고 빌고 있는 주제에, 도가니와 손모가지의 멋진 각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좋은 집에 살고 싶고 그 집의 가격이 오르면 좋겠다는 사람의 마음은 사실 내 것이다. 이제는 하다하다 시를 고백하는 용도로 쓰려고 하는가? 그럴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지껄이고 후회하고 고백하고 지껄이고 후회하고 고백하는 삶에 시가 끼어들어 자꾸 묻는다. 너 지금 뭐하느냐고. 너 지금 그렇게 사는 게 맞느냐고. 대답할 수 없어 썼다. 실패하는 마음의 한가운데에서 스스로 만든 지옥에 중독된 채로.
2022년 6월
서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