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던 시절, 살기 위해 글을 썼다.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존재하기 위해서, 쓰면서도 다 헛되고 무의미하다고 한숨짓다가도, 그래도 나는 나를 기록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마음을 따라갔다.
슬픔에 민감하다. 누군가가 고통받고 있을 때 단지 이기적인 분통인지 아니면 근원적인 슬픔인지를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세상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슬픔을 들여다보고 애통해하는 사람들 곁에 서려 애쓴다. 슬픔은 나쁜 게 아니다. 잔혹한 현실이 나쁜 것이기에 그로 인해 부서지고 무너지고 갈라지고 금이 가고 깨어진 존재들의 슬픔을 응시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사랑은 거기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