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생각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지면 시를 쓴다.
이를테면, 부풀어 오르는 구름을 볼 때 떠오른 생각이나 호르르 날아가 버린 곤줄박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때 시를 쓴다.
이어진 폭염으로 온 세상이 늘어져 있을 때 무슨 영문인지
느닷없는 창작 욕구가 생겨 시를 쓰게 될 때도 있다.
뒤에 읽어보면 내가 쓴 글 같지 않다.
또, 영락없이 내가 쓴 글 같다.
생각이나 문체를 바꿔보기도 했지만, 변화의 흔적이 미미했다.
그래서 굳이 그러질 않을 셈이다.
들려줄 누군가가 결국 나였나 보다. - ‘자서(自序)’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