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지은이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2002년에 개봉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실제 인물이다.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대로 그는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준수한 외모와 비상한 두뇌를 앞세워 수표를 위조하고, 비행기 조종사로 행세하는 등 대담한 사기 행각을 펼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복역 후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FBI의 사기 방지 자문역으로 오랜 기간 일하며, 세계적인 보안 컨설턴트로 명성을 쌓았다는 점 또한 놀랍다.
2019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을 통해 지은이는 신원 도용에서 투자 사기, 디지털 보안에서 기부금 사기에 이르기는 다양한 맥락에서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할 '사기의 상식'을 전수한다. 한동안 남을 속이는 입장에 있어봤기에 그는 사기가 작동하는 방식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끼를 던지는 사기꾼의 마음과 그 미끼에 걸려드는 피해자의 심리마저도 훤하게 들여다보는 듯하다.
또한 책에서는 사기가 이뤄진 여러 실제 사례를 통해 선의와 신뢰가 한 순간에 깨어지고, 장기적으로 금전적, 정신적 손실을 안겨주는 무서운 사기의 현실이 먼 일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바다 건너, 이름도 생소한 나라의 인터넷 카페에 앉아 스팸 메일을 보내고 랜섬웨어를 유포하는 해커도 위험하지만, 우리가 소속된 동호회와 친목 단체, 심지어 종교 단체의 구성원 중에도 친분을 내세워 접근한 후 뒤통수를 치려는 사기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책에서 소개한 조언과 사례 상당수가 미국 사회에 기반한 내용이어서 한국 사회에 직접적인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글로벌 환경을 접하고,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제공되는 미국 내 여러 사기 유형에 대한 소개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250만 명이 넘는 미국 내 한인 교포들에게도 이런 책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상황에 특화된 사기 방지 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사기방지연구회에서 펴낸 『사기의 세계』(박영사, 2020), 한국일보 경찰팀에서 펴낸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3: 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북콤마, 2020) 그리고 법무법인법조 사기고소닷컴팀에서 펴낸 『사기꾼의 얼굴을 공개합니다』(밥북, 2019) 등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옮긴이의 말 ★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폭발적으로 증대시켰습니다. 자그마한 센서가 서로 정보를 주고 받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면 이제는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 그리고 현실과 가상 사이의 연결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겨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소화해내기 위해 인공지능이 활용될 것입니다. 흔히 제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거대한 변화는 이러한 기술 발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스코블과 셸 이스라엘은 제4차 산업혁명이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영역 중에서도 특별히 사람과 컴퓨터가 만나는 접점(interface)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변혁과도 같은 커다란 전환(transformation)에 초점을 맞추고 이 책을 썼습니다. 저자들은 향후 5~10년 이내에 사람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은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혼합현실(mixed reality)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경험 안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그 기대와 전망, 그리고 우려되는 점을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이 두 명의 저자는 기술자나 학자가 아닌 기술 마니아(tech enthusiast)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마니아답게 자신들의 열정을 공유하는 데에도 열심입니다. 이 책을 준비하는 2년의 기간 동안,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관련 산업을 종횡무진 찾아다니면서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조사한 흔적이 이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그들의 노력은 계속되는 중입니다. 로버트 스코블과 셸 이스라엘 각각의 페이스북 계정에 하루에도 몇 건씩 새로운 소식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진정한 마니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은 다가오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산업에 대해 특별히 비즈니스 리더, 경영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이 책을 썼습니다. 이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비교적 빠르게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기술적인 세부 사항보다는 커다란 흐름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 대한 시사점을 다루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들은 아이폰이 출시되기 직전 해인 2006년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 당시 각광을 받았던 인기 제품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운명을 맞이했는지를 조명합니다. 저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가 애써 예측하려는 미래는 결코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숙연한 마음으로 되새겨 보았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변혁과 같은 커다란 전환은 결국은 일어나리라 생각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확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주요 제품들과 회사들의 행보를 더욱 큰 기대와 흥미를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세계적인 프리젠테이션의 권위자로 알려진 가르 레이놀즈는 그의 첫 저서인 『프리젠테이션 젠』에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프리젠테이션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에 대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동안 복잡하기 그지 없는 발표 자료에 답답함을 느끼던 이들에게 그의 저서는 신선한 관점을 선사해주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젠』에 이어 새롭게 출간된 『프리젠테이션 젠 디자인』에서는 전문적인 디자인 기법과 이론이 가미되어 독창적인 발표 자료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든든한 이론적, 기술적 기반을 제시합니다. 물론 디자인 전문 교육을 받은 이들이 여러 해에 걸쳐 습득한 이론적 이해나 표현 기법을 책 한 권을 통해 전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프리젠테이션과 관련한 부분만큼에 대해서는 폭넓은 영역에 걸쳐 적절하고도 친절한 설명으로 필수적인 시각적 표현 능력을 갖추기 위한 기반을 제공합니다.
더군다나 발표 자료의 준비에 수반되는 기술적 측면에 그치지 않고 프리젠테이션에 임하는 발표자의 마음 자세와 효과적인 의사소통 원리에 대한 통찰력 있는 조언을 전해주는 것은 저자인 가르 레이놀즈의 고유한 특색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