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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이언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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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하룻밤에 읽는 사기본기>

하룻밤에 읽는 삼국지

원래 삼국지(三國志)는 진(晉)나라의 진수(陣壽)가 쓴 역사서이지 소설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고 부르는 소설의 원명은 삼국연의(三國演義) 또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인데, 이를 줄여서 삼국지라 통칭하고 있다. 삼국이란 말할 것도 없이 후한(後漢) 뒤에 일어난 위(魏)·촉(蜀)·오(吳)의 세 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이 세 나라가 서로 싸우다가 진(晉)나라로 통일되는 약 97년(184~280) 동안의 일을 기록한 삼국지를 바탕으로 명나라 사람 나관중(羅貫中)이 이를 소설화한 작품이 곧 삼국지연의이다. 삼국지연의는 모두 120회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제1회 “도원에서 잔치를 베풀고 호걸 셋이 결의하여”에서 시작하여, 120회 “손호가 항복하매 셋으로 나뉘었던 것이 하나로 통일되었다”로 끝나고 있다. 미루어 짐작컨대 원본의 원문은 지극히 간략한데 후세 사람들이 함부로 가필하고 또 번역자들이 제멋대로 갖다 붙이고 늘여서 오늘날 흔히 보는 일부 삼국지는 실로 엄청난 분량으로 늘어나고 말았다. 따라서 이 책은 그 늘어난 삼국지를 한 권으로 줄였다기보다는 군더더기와 사족(蛇足)을 가능한 한 빼고 원문에서 꼭 필요한 내용만 골라 실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원본 권두(券頭)에 적혀 있듯이 서유기(西遊記)와 수호전(水滸傳)이 흥미진진하고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과는 달리, 삼국지는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하여 서술해야 하는 것이므로, 문장도 비록 소설체라고는 하지만 유려 장중한 고문(古文)의 면모를 지니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당시의 원저자 역시 시류에 영합하지 않으려는 꿋꿋함과 함께 고뇌의 일단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우리가 쉽게 수용할 수 있는 현대적 감각과 관행적인 표현과는 다소 동떨어진 바가 없지 않다. 원문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일부 지나치게 고풍스런 표현과 생소한 낱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휘와 표현 방법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이미 나와 있는 삼국지와는 달리 고풍스런 맛과 멋을 지닌 삼국지도 한 권쯤은 있어야겠다고 평역자로서 고집스럽게 주장한 결과인 것도 사실이다. 원본 권두에 ‘삼국지 읽는 법(三國志讀法)’이 적혀 있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삼국지를 읽는 사람은 마땅히 정통(正統)과 윤운(閏運)과 잠국(潛國)의 구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통은 누구이냐, 촉한이다. 잠국은 누구이냐, 오(吳)와 위(魏)이다. 윤운은 누구이냐, 진(晉)이 곧 이것이다. 위(魏)가 정통이 될 수 없다 함은 무슨 까닭인가? 땅으로 논하면 중원으로 주장을 삼아야 하겠지만, 정리(情理)로 따진다면 마땅히 유 씨(劉氏)로 주장을 삼을 수밖에 없다. 땅으로 논하는 것이 정리로 논하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에, 정통을 위(魏)에다 두는 것은 사마광 통감(通鑑)의 잘못이고, 정통을 촉(蜀)에 둔 것은 자양강목(紫陽綱目)이 바르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인민을 위주로 한다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근래에 위(魏)를 정통으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도 모순이거니와, 중국의 각처를 돌아보면 각 지방마다 그 지역 출신의 인물을 정통으로 삼고 있는 것도 우스운데, 이는 애교가 있는 향토애(鄕土愛)쯤으로 이해하고 넘겨야 할까 보다. 역사서 삼국지가 위(魏)를 정통으로 삼은 까닭은 저자인 진수가 위나라로부터 선양을 받은 진나라의 신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작자 나관중(羅貫中)의 이름은 본(本), 관중(貫中)은 그의 자(字)이며, 전당(錢塘)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월(越)나라 사람이라는 설도 있다. 원나라 말과 명나라 초에 걸쳐 생존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생애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가 쓴 소설이 많아 명나라 때에는 수십 종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으로는 삼국지연의 외에도 수당지전(隋唐之傳)·잔당오대사연의(殘唐五代史演義)·평요전(平妖傳)·수호전(水滸傳) 등이 남아서 빛을 발하고 있다. 나관중 본(本)의 삼국지연의로서 볼 수 있는 것은 명나라 홍치갑인간본(弘治甲寅刊本)이 최고(最古)이며 가장 유명한데, 청나라 사람 모종강(毛宗崗)이 가필하여 이를 스스로 성탄외서(聖嘆外書)라 일컬었다. 이 책의 저본(底本)도 모두 12회 본(本)으로 된 성탄외서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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