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조금씩 세상의 때가 묻는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숙해지는 거지만 순수함을 잃어 가는 과정이기도 해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오염일 리 없지만
이런저런 계산이 많아지다 보면 그만큼 세상이 흐리게 보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의 동시는 ‘돌아가기’다.
시(詩)를 만드는 능력이 부족함을 알지만
동(童)심으로 돌아가 탁해진 눈을 씻어 내고 싶었다.
뜻이 있는 곳에 과연 길이 있다던가.
긴 세월 잡은 손 놓지 않은 분이 계셔 등단 이후 아홉 해 만에 겨우
첫 동시집 『내 친구 상어』를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내보낸다.
자라나는 어린이는 산의 나무와 같다. 또한 동시를 쓰는 일은 그 나무가 잘 쓰이도록 집을 짓은 일이다. 잘 지어지는 집이야말로 나무가 더 잘 자라도록 북을 돋는 행위 아닐까. 100년을 자란 나무가 다시 100년의 집에 소용되도록 꿈을 심고 가꿔야 한다. 부디 나의 동시가 장차 100년에 이르도록 온갖 나무들에게 힘이 되는 밑거름이면 좋겠다. 그래서 다시 그 나무들로 하여금 세상 어디라도 지어지는 수많은 집들을 묵묵히 괴고 있는 기둥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