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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저는 시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내가 너를 업고 갈 테니 나중에는 네가 나를 업고 가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다짐만큼 저는 시를 튼튼하고 등이 넓은 품으로 키우지 못했습니다. 그러기는커녕, 제 길을 찾지 못하는 부실한 시업時業앞에서 번민의 날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몇 년간 시도 쓰지 못하고 오직 시를 읽는 위안으로 시간을 견디기도 했습니다. 제 딴에는 그것이 모색의 길이라 애써 자위했지만 한동안 시 쓰기에 대한 연민과 환멸 사이에서 헤어나질 못했습니다. 그 고민 과정에서 시에 대한 기대나 욕심도 많이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얼룩 뺀 빨래처럼 시도 가벼워졌습니다. ('수상 소감'중에서) |
| 지난 십여 년간 쓴 시들을 모아
네번째 시집을 엮는다
작품을 정리하다 보니
꽃을 소재로 한 시가 여러 편이다
고운 봄날
이 거친 시집을
꽃 피는 시집으로 잘못 알고
찾아오는 나비에게
오래 머물다 가진 마시라고 해야겠다 |
| 문득 보이는 게 있어서
폰을 꺼내 찍는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그것 뿐이다
2023년 가을, 송찬호 |
| 지난 6, 7년간 쓴 시들을 끄집어내
먼지를 털고 낯을 씻겨
다섯번째 시집으로 묶는다.
자정 너머 달리는, 심야 막차 풍경 같은
고단한 풍경의 시들이
이 시집에 실려 어디론가 흘러간다.
2016년 이른 봄 |
| 내 詩業은 아직 지붕이 없다. 기껏 한철을 살다 가는 매미의 노래로나 기억될 뿐, 그러나 시간은 자꾸 등을 떠밀고 또 책을 낼 때가 되어 기왕 발표한 것들을 헐어내고 잇대어 세번째 시집을 엮는다.
손을 놓고 이곳저곳을 뒤적여보지만, 역시, 누추할 뿐이다. |
| 몇 권의 시작 노트를 갖고 있지만,
이번처럼 펜에 잔뜩 힘을 주어
찬찬히 시를 옮겨 적기는 처음이다.
적어 놓고 보니, 글씨에 담긴 시들이
소풍 가는 아이들마냥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내년이면 시로 등단한 지 서른 해,
내친김에 이 육필시집이
내 시 쓰기의 오랜 열망과 고통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스스로
작은 위안으로 거듭나는 자리가 되기를.
2016.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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