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버지란 단어 앞에 ‘자상한’, ‘따뜻한’, ‘넉넉한’ 이런 꾸밈말을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단 한 번도 써 보지 못했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인색하고 야속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자식들을 잘 먹이고 입히는데 힘쓰지 않았으니 가끔은 미안해하실 법도 한데 아버지는 그러지 않으셨어요. 미안해하시기는커녕 늘 당당하셨지요. 무섭기도 했고요.
나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어른이 된 후에 문득문득 아버지를 생각하고, 이렇게 아버지 이야기를 쓰게 될 줄은요. 나도 모르게 아버지가 했던 말과 행동을 따라하는 걸 보면 아마도 아버지는 나에게 참 중요한 사람이었나 봐요.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