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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해완

출생:1993년

최근작
2023년 9월 <[세트] 깨봉이와 꼬미의 술술 동의보감 1~2 세트 - 전2권>

뉴욕과 지성

“이 책은 당연히 허구에 기반한 소설도 아니며, 유학생활을 다룬 에세이도 아니고, 뉴욕에 대한 인문학적 해설서라고 하기도 어렵다. 나는 이 책을 ‘지도’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42개월 동안 뉴욕에 살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제작한 뉴욕-시간의 지도다. 공간은 시간과 분리될 수 없다. 과거의 사건들은 한 번 벌어지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공간에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현재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 영향력의 형식은 기억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으며, 사회운동일 수도 있고, 한 가정에서 힘겹게 이어지는 세대일 수도 있다. 서로 다른 과거의 시간에서 달려온 별빛이 중첩되는 밤하늘처럼, 하나의 공간에는 과거에서 출발한 여러 종류의 시간이 경주를 한다. 이 공간에 살아가는 나 역시 하나의 별, 하나의 시간 선분이다. 나는 내 나름의 이야기를 들고 뉴욕에 왔고, 이곳에서의 내 삶은 미미하게나마 매일 이 도시를 바꾸고 있다. 뉴욕에 사는 팔백만 명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뉴욕에 오기까지 자기 나름의 이야기가 있고,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지 꿈을 꾸고 있다. 이들의 시간이 부딪히고, 겹쳐지고, 갈라지고, 지워지면서 도시는 삐걱삐걱 굴러간다. 이 보이지 않는 운동이 바로 뉴욕의 거대한 일상이다.” “세계 속에 나를 내던진다는(pro-ject) 것은 대의를 위해 나를 희생하라는 뜻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세상과 연결되라는 뜻일 것이다. 뉴욕에는 블록과 블록 사이에도 무한한 세계가 숨어 있고, 이 세계를 전부 안 후에 행동하기란 불가능하다. 그 대신 겉으로는 쉬이 볼 수 없었던 “지각 불가능한”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면서 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그럴수록 스스로를 느끼는 몸의 힘은 더 커지고,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는‘유령-언어’와 타협할 마음의 공간은 더 줄어든다. 세상을 하나의 정보로 이해하는 주체(subject)가 아니라, 나를 세상의 일부로서 개조하는 기획(project)이 되는 것이다. 이 기획력이 곧 지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지성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지성은 바로 길을 찾는 지성이다. 성별과 국적과 직종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나와 타인과 세상 사이의 지도를 그리며 살고 있다.”

다른 십대의 탄생

“현재 내 꿈은 ‘독립’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어른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빨리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하는 평범한 십대의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평범한 십대인 나는 어른만큼의 능력을 획득해서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세상과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고 싶다. 연구실에서 내가 사람들과의 갭을 줄이기 위하여 안간힘을 썼던 것도 그들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싶어서였다. 이는 능력 면에서 대등해지고 싶은 욕심과 다르다. 전면적으로 관계를 맺고 정면으로 부딪치려면 나를 대신해서 나를 설명해 주는 것들, 나를 일방적으로 보호해 주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은 ‘나’와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가족’과 ‘학교’와 관계할 것이다. 그렇다, 일상을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관계를 나로부터 시작하고 싶다. 내 안에는 세상과 사람과 만나고픈 욕망이 꿈틀거린다. 그렇게 함께 일상을 꾸려 나가고 싶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나는 아직 내 좌표를 명확하게 그리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어른이 될 것인가, 하는 질문에 걸린 채로 계속 맴맴 돌고 있다. 누가 ‘어른통과딱지’를 붙여 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정해진 방법은 없을 것이다. 아마 이렇게 계속 버둥버둥 애를 쓰다 보면 어느새 어른의 한복판, 세상의 한복판에 걸어 나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나 대신 좌표를 그려 주거나 길을 내줄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해야겠다.”

돈키호테, 끝없는 생명의 이야기

시공을 가로질러 변치 않는 본질적인 현장이 있다. 누구나 태어나 자란 후 병들어 죽음을 겪게 되는 ‘생명의 현장’이다. 이 현장의 또 다른 이름은 일상이다. 일상이 누추하고 시시해 보이는가? 하지만 생명의 다이내믹은 이 속에 담긴다. 몸의 생로병사는 물론이요, 마음의 기승전결 또한 그러하다. 『돈키호테』를 보라. 돈키호테와 친구들이 우당탕탕 치른 모험은 동시대에서 동떨어진 기행(奇行)이었지만, 이들이 서사를 완성해 가는 방식은 속 시원할 뿐만 아니라 누구든 길을 떠나고 싶게 만든다. 초라한 모습으로도 존재의 위기와 재기(再起)를 전부 다 통과해 가기 때문이다.

리좀, 나의 삶 나의 글

『천 개의 고원』과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산강학원>에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지 2년차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가족과 학교의 울타리 바깥에서 과연 새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혀 자신할 수 없던 상태였다. 일상을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경직되었는데, 일상을 지탱하는 일들 하나하나는 힘에 부치기만 했다. 그런데 『천 개의 고원』은 그런 나에게 벼락처럼 떨어졌다. 그동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원천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자기 비하와 자기 오만, 자의식과 눈칫밥 속에서 하루에도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었다. 이 책은 이 고민의 전제를 다시 되묻게 했다. 나는 정말 나인가?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일까? ‘삶’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느낄 수는 없을까? 그러자 정말로 내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과 만나면서 나는 철학과 삶이 아무런 매개 없이 만나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잠들고, 깨어나고, 싸우고, 치고받고, 자리를 찾고, 우리의 놀라운 행복과 우리의 엄청난 전락을 인식”하는 ‘일상’ 속에서 실제로 써먹을 만한 개념들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것이다.(머리말 중에서)

쿠바와 의생활

“이 침묵 속 활기에 감탄하여 나는 책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내가 직접 보고 겪은 쿠바 생활을 스케치한 것이다. 생활 전반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의醫를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었다. 의醫라고 하면 ‘의료’나 ‘의학’처럼 미리 구획된 영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도와 학문 이전에, 신체가 기거하고 또 변해 가는 일상의 네트워크가 선재한다. 이 네트워크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쿠바인들은 치유란 수많은 인연이 얽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 주었다. 의료인의 기술만큼이나 환자들의 주도성도 중요하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더해져야 하며, 치유된 환자가 되돌아갈 수 있는 일상도 보존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경계 없이 섞이는 곳이 바로 생활이다. 생활 속에 녹아 든 이 네트워크를 지칭할 말이 달리 없어서 ‘의생활’이라는 표현을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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