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야구를 몰라
얼마나 다행인지
공은
야구를 모르던 때부터
여전히 모르는 지금까지
여전히 둥글
오늘은 밤하늘의
달이 유난히 둥글
야구를 모르는
모르는 척하는 모두들
굿나잇
달빛 아래 우리 모두
모여
그때처럼 야구를 모르는
척하자
둥근 달빛은
둥근 야구와
어쩌면 닮으려고 해
우리 모두
오늘은 늘 그렇듯이
홈인 - 개정판 시인의 말
지난 몇 년간의 삶의 편린이 모여서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이라든지 먼 바다의 고래 울음 같은 걸 시로 쓰고 싶었지만 고지식하고 소심한 손으로 쓴 시집에는 그런 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시적이고 환상적인 주술의 언어를 쓰고 싶은 콤플렉스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겐 이 삶이 더 기괴하고 환상적인 걸 어쩌랴. 남편은 보랏빛 콧수염을 떼어내고 날마다 어디론가 나가고, 갑자기 나타난 아이는 콩나물처럼 무섭게 커가고 있으니...
금이 갔거나 한 조각이 사라졌거나, 부서진 낱말들을 모아 시 비슷한 걸 만든다. 전혀 독창적이지 않은 나는 하늘 아래 있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낱말들을 모아 얼기설기 엮어가며 시 비슷한 걸 만나려 한다.
그러므로 나는 시인보다는 문장수집가에 가까울 터인데, 이런 가난한 연금술로 모든 것이 전과 달라 보이는 상상이 가능할까?
아이가 1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동시가
6학년이 돼서야 겨우 한 권 분량이 됐습니다.
방과후에 학교에 남아
하루 한 편 동시를 쓰는 걸로 시작하여
시인이 된 제게
동시는 제 시의 출발점입니다.
동시를 쓰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나무 위에도 올라가보고 이제는 헤어져서
만나볼 수 없는 그리운 분들도 만났습니다.
아이와 성장을 함께하며
어린 시절의 저를 다시 만나고
이해할 수 없던 어른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 자라서 이제는 시드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마음에
새순이 돋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했습니다.
올해로 마음 다섯이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시는 다섯 개의 마음 중에
몇 번째 마음인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시를 쓰면서 고통스러웠던 밤보다
별처럼 반짝, 충만했던 기억이 더 많았기에
이렇게 주변의 도움으로 네번째 시집을
묶게 되었습니다.
변변찮은 시인의 꼬리가 너무 길어지지는
않았는지,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2011년 7월
성미정
올해로 마음 다섯이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시는 다섯 개의 마음 중에
몇 번째 마음인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시를 쓰면서 고통스러웠던 밤보다
별처럼 반짝, 충만했던 기억이 더 많았기에
이렇게 주변의 도움으로 네번째 시집을
묶게 되었습니다.
변변찮은 시인의 꼬리가 너무 길어지지는
않았는지,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2011년 7월
성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