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역사적 사실은 의순공주가 열여섯에 예친왕 도르곤과 혼인했다가 6년 후 조선으로 돌아왔으며, 환국 6년 후인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죽었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의순공주와 그 아버지 금림군의 삶이 가여워 기록의 행간을 살폈고 허구의 다양한 인물들과 채화라는 소재로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역사 기록이나 야사는 금림군이 집안의 명예와 부귀영화를 위해 딸을 스스로 바쳤다고 했으나 필자가 자료를 검토하면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당시 청이 요구한 임금의 딸 말고도 왕족과 고관 대신들의 딸이 수백 명이나 되었지만 모두 딸을 빼돌렸으며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고 합니다. 필자는 의순공주 아버지 금림군이 가문 때문에 딸을 팔았던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 몰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도르곤과의 혼인을 승낙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훗날 금림군이 죽음을 각오하고 청 황제에게 딸을 다시 돌려달라고 호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딸자식 사랑이 깊었다는 결론에 도달해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의정부 천보산에 있는 무덤, 조선을 위해 희생한 의순공주 안식처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필자가 창작한 가상의 서사 안에서만이라도 의순공주와 금림군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안고 죽어야 했던 한 맺힌 삶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환향녀 의순공주가 사람으로 그리고 여인으로 온전한 삶 속에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